최근 주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본 투자자가 해결사를 동원해 투자상담사를 납치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4일 해결사를 고용해 전직 외환딜러였던 투자상담사 김모(49) 씨를 납치해 폭행하도록 한 이모(54·여) 씨 등 주부 4명과 이 씨 등의 부탁을 받고 김 씨를 납치 폭행한 홍모(64) 씨 등 해결사 3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50, 60대 가정주부들인 이 씨 등은 지난해 2월부터 펀드 투자금 4억 원을 김 씨에게 맡겼으나 김 씨가 투자금을 모두 날린 뒤 연락을 끊자 지난해 11월 초등학교 동창인 홍 씨 등 해결사 6명을 고용해 김 씨를 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대기업 외환딜러 출신인 김 씨는 수익금의 25%를 갖기로 투자자들과 약속하고, 투자금을 해외 펀드에 넣었지만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전 세계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금 대부분을 날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 씨 등은 홍 씨 등을 시켜 김 씨를 납치한 뒤 3일 동안 경기 광명시와 인천 등으로 끌고 다니며 8050만 원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달 16일에도 김 씨를 다시 납치해 8일 동안 경기도 일대 야산과 바닷가로 끌고 다니며 협박과 폭행을 했다.
한편 지난달 21일 국내 최대 펀드 운용사인 미래에셋그룹 홈페이지가 해킹당해 7시간 동안 고객들이 접속을 하지 못하는 사건과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범인이 국내 펀드 투자자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이 공격에 이용한 숙주 컴퓨터 230여 대가 모두 국내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메신저와 전화로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한 점 등을 미뤄 볼 때 범인은 한국인으로 국내에서 공격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