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도 학과 신설-폐지 자유로워진다

  • 입력 2008년 4월 5일 02시 55분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학 총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학 총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 교과부, 대학규제 완화 방안

교수 연구비 지원 2012년까지 4배로 늘리기로

학부제 폐지때 모집 단위 놓고 내부 갈등 우려도

4일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총장의 간담회에서는 한 해 1000만 원에 이르는 대학 등록금 문제도 주요 사안으로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대학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부가 좀 더 노력하면 등록금을 부담하기 힘든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이나 (학자금) 대여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후불제, 이런 얘기도 나와 있지만 교육과학기술부나 기획재정부에서 본격적으로 검토해 학생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일에 우리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형편이 어려워 교육받을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며 “학교에서도 협조해주시면 등록금이 좀 올라도 아이들이 안심하지 않겠나”라고 대학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교과부는 지난달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2011년부터 기초생활수급권자 가정의 대학생 전원에게 무상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무상장학금 지급 인원은 2009년 3만6000명, 2012년 7만4000명으로 단계적으로 늘리고, 지원금액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교과부는 또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을 할 때까지는 대출받은 학자금의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는 ‘미래소득연계 학자금 대출제’ 도입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제도는 학생이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낸 뒤에 소득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시점부터 소득의 일부를 학자금 대출 원리금을 값는 방식으로, 등록금 후불제와 유사하다.

교과부는 “재정부 등 예산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이미 끝냈기 때문에 장학금 지급 및 등록금 지원 등을 위한 재원 확보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학자금 및 장학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국가장학재단의 관련 법령을 6월까지 마련하고 내년 1월 1일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대학 자율화 및 지원 확대 추진 방안
자율화 및지원 확대안세부 대책변화 내용
등록금부담 경감6월경 국가장학재단 설립학자금 대출과 학비 상담 서비스 등 총괄 처리
소득별 맞춤형 학자금 지원확대2011년까지 기초생활수급자 전원에게 무상 장학금 지급.차상위 계층 학생에게 무이자 대출 확대
자율권 보장 국립대 자율 확대단과대와 학과 등 하부 조직을 국립대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됨.부총장, 대학원장, 단과대학장 등 보직교수 임기제 폐지
학생 모집 단위 광역화 폐지학생 모집 단위를 복수학과 또는 학부별로 정하도록 한 법규정 폐지
교원 소속 자율화교원의 소속을 학과 또는 학부별로 정하도록 한 규정을 폐지해 대학원이나 연구소 등 다양한 소속이 가능해짐
시설 규제 완화대학 연구소를 학교 밖의 산업단지나 연구단지 등에 설치할 수 있게 허용. 대학 내에 민간기업 유치 허용.
학기제 자율학석사 통합 학위과정 허용.학년도 시작 일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허용. 학칙보고제 폐지
지원 확대연구비 확충연구개발 간접경비 23%까지 확대. 개인 및 소규모 연구비 대폭 확대
부담 절감신규 재정지원 사업에서 대학의 대응자금을 없애거나 줄임

학자금 대출 원리금 취업때까지 상환유예 추진

李대통령 “대학들도 학생부담 해소 나서달라”▼

교육과학기술부가 4일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총장의 간담회에서 발표한 대학 지원 방안은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 강화로 나뉜다.

새 정부가 강조하는 규제 완화 대책이 대학 분야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대학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학부제 선발 폐지의 경우 이미 많은 대학이 학과단위 선발을 병행하고 있어 당장 입시안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모집단위를 둘러싼 대학 내부의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학과별 모집 다시 허용=1998학년도부터 적용된 모집단위 광역화 규정이 폐지됨에 따라 원하는 대학은 사실상 학부제를 없앨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학부제는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의 기회를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학생들이 특정 전공에 쏠려 이른바 문사철(文史哲) 등 기초학문이 고사 위기에 놓이는 부작용도 있었다. 정부가 모집단위 광역화 실적을 행정·재정 지원과 연계해 대학들이 전혀 연관성이 없는 학과를 묶기도 했다.

교과부는 “6월까지 법 개정을 마칠 경우 이르면 내년부터 희망 대학은 학과별로 학생을 뽑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대학의 의사 결정 기간을 따지면 2010년 이후에 반영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학과별 모집이 허용되면 학부 등 광역 모집단위들이 학생선택권 보장보다는 학생 선점 차원에서 학과로 되돌아가는 폐단이 있을 수 있고 비인기학과가 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전국입학처장협의회장인 문흥안 건국대 입학처장은 “자율화 차원에서 규제 폐지는 긍정적이며 대학에 따라서는 당장 반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모집단위 변경을 놓고 학과끼리 갈등을 겪을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학사운영 자율성 강화=교과부는 학사와 석사를 통합한 학위 과정을 허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석사와 박사학위 통합 과정만 허용됐다. 교과부는 석·박사 통합 과정이 최소 3년인 점을 감안해 학·석사 통합 과정도 5년 정도로 보고 있다. 빠르면 7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교과부는 학년도 시작 일을 3월 1일로 규정한 것도 대학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론상으로는 미국처럼 9월에 학년도를 시작할 수도 있어 혼란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교과부는 “2월 말에 학년도를 시작하는 일부 대학을 감안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앴다”며 “초중고교 학년도가 3월에 시작하는 만큼 대학만 9월 학기제를 도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립대의 경우 단과대와 학과, 처, 실 등 하부조직이 모두 국립학교설치령에 따라 규제를 받았던 것이 사라진다. 대학들이 학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학과 등을 신설, 폐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부총장과 대학원장, 단과대 학장 등의 임기제 제한도 사라진다.

▽연구비 지원 확대=교과부는 재정 사업에서 대학의 대응자금(Matching Fund)을 없애거나 줄이기로 해 대학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새로 생기는 사업에만 적용되고 이미 진행 중인 두뇌한국(BK)21 사업 등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교과부는 대학 연구비 지원 중에서 올해 3704억 원 규모인 개인과 소규모 연구비 지원액을 2012년까지 1조5000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15% 수준인 연구개발(R&D) 간접경비 지원 비율도 최대 23%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대통령 “대학운영 힘든 것 잘 안다”

총장들 “기초학문 지원 늘려주길”

4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학 총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는 고등교육재정 확충, 대학 자율화, 기초학문 육성 등 다양한 대학 교육 현안이 논의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고생하신 (총장) 여러분을 가장 먼저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며 “총장님들의 협조로 올해 입시제도가 안착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대학 운영이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며 “청와대나 교육과학기술부의 각본대로 말하지 말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무엇이든 이야기해 달라”고 제안했다.

김영길 한동대 총장은 “대학원이 잘 갖춰진 연구중심 대학의 연구업적뿐 아니라 교육중심 대학의 질 높은 교육환경도 제대로 평가를 해 달라”며 “지방 대학들이 수도권 대학들과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균형육성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은 “두뇌한국(BK)21 사업 등 대규모 과제보다 소규모 연구과제를 늘려 젊은 교수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응용기술도 중요하지만 기초기술과 학문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인세 부산대 총장은 “민자 유치 대상 시설의 범위를 확대하고 사업승인 절차를 간소화해 달라”고 건의했고 변정환 대구한의대 총장은 “외국에 대학을 설립해 경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밖에 법학전문대학원 정원 문제 재고,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제도 도입, 대통령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교육분과 개설 등의 요구가 이어졌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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