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도네이션’ 명사들 중심 새 기부문화 확산
최근 코오롱 이웅열 회장은 뜻밖의 축하카드 한 장을 건네받았다.
성프란치스꼬 장애인종합복지관이 보낸 것으로 카드에는 기부에 대해 감사하다는 글과 함께 손으로 직접 그린 꽃 그림이 있었다.
이 단체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던 이 회장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 보고서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평소 알고 지낸 제일기획 김낙회 사장이 이 회장의 산업훈장 수상을 축하하는 뜻에서 이 회장의 이름으로 해당 기관에 기부를 했던 것.
이 회장은 수수한 카드 한 장이 값비싼 난초보다 훨씬 가치 있다고 느꼈다.
이 독특한 축하 프로그램은 ‘뷰티풀 도네이션(아름다운 기부)’이다.
2006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승진, 생일, 졸업 등을 맞은 사람의 이름으로 친구나 친지 등이 기부를 하면 복지관에서 감사카드와 기부금 영수증(연말 세액공제용)을 보내주는 것이다. 해당 기부금은 여성장애인을 위한 교육, 출산 지원사업에 쓰인다.
김 사장은 2005년 말 복지관으로부터 후원금 영수증을 받아본 순간 뷰티풀 도네이션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기부로 축하의 기쁨을 배가되게 하면 받는 사람도 좋고, 도움을 받는 사람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디어를 복지관장인 정스텔라 수녀에게 전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제일기획 직원들을 복지관에 파견했다.
최고 홍보 전문가들이 복지관 직원들과 머리를 맞댄 결과 카드와 봉투, 리플릿의 디자인을 통일성 있고 깔끔하게 만들 수 있었다.
김 사장은 “승진할 때 외부에서 의례적으로 보내오는 온갖 난초는 비싸기만 할 뿐 받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될 때가 있다”며 “뷰티풀 도네이션이 거창하지는 않지만 일상의 소소한 기부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한 해 동안 김 사장이 보낸 뷰티풀 도네이션 카드는 줄잡아 100여 통.
이 중 이웅열 회장, 한국시세이도 김의열 사장, KT비즈니스 김영환 부문장, 보광 안명호 사장, 우림건설 유철준 부사장 등은 김 사장의 카드를 받고 이 운동에 동참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