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열린 의사소통’ 하회탈춤
서양 연극과는 어떤 점에서 다를까
현존 전통탈춤에 사용된 가장 오래된 하회탈이 일본에서 발견됐다는 뉴스가 최근 있었다. 400년 전의 포악한 관리를 상징하는 ‘별채탈’이다. 별채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오늘날 하회탈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해준다.
탈춤의 ‘탈’은 ‘현실의 문제를 들추어내어야 그 문제가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탈은 풍자의 중요한 방편이다. 이 책은 하회탈의 미학을 다양한 관점에서 추적한다. 다음 글을 논술과 관련지어 생각해보자.
(가) 하회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탈은 무엇이며, 왜 그 탈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필자는 단숨에 ‘이매탈’을 가리켰다. 이매탈만이 가지는 독자적인 멋 때문이다. 그 멋의 첫째는 전설이 있는 탈이라는 것이다. 10여개의 탈 중 유일하게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둘째는 바보탈이라는 점이다. 어떤 상황이든 항상 웃는 표정만 짓고 있다. 이매탈의 세 번째 멋은 미완성 탈이라는 점이다. 사실은 미완의 탈이라는 점을 가장 사랑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은 항상 미완의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79∼82쪽)
(나) 탈춤은 ‘비움과 채움’의 원리로 극을 짠다. 극을 짤 때 대사의 특정 자리를 일부러 비워두고, 그 비워 둔 곳을 관객이 스스로 채우도록 하는 것이다. 관객들이 그 자리를 채워주어야만 탈춤 공연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고, 극의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하회탈춤을 비롯한 전통탈춤의 공연 성과가 관객들의 성향과 그들의 자발성에 크게 좌우된다. 그러므로 하회탈춤에는 대본에 기록되어 있지 않으나 실제로는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대사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181쪽)
위 글은 하회탈의 특징과 대사의 원리를 말한다. (가)는 하회탈 중 이매탈의 독자적인 멋을 제시한다. 그래서 관객은 이매탈을 가장 좋아한다. (나)는 하회탈춤의 공연자와 관객이 비판적 정서를 공감하면서 함께 즐기는 축제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대사의 비움과 채움 원리’를 말한다. 하회탈춤은 공연자와 관객이 일체감을 이루며 공동으로 만들어 나간다.
이제 책의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 논술 문제를 만들어 보고 답안까지 작성해보자.
① ‘(가)에서 항상 웃는 바보로 나오는 이매탈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매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시오’란 문제를 만들어 보자. 바보의 특징은 항상 웃는 것으로 나타난다. 바보를 사실상 순진한 사람이거나 인간미 넘치는 아름다운 인물로 보면 어떨까? 또한 바보의 웃음을 세상의 근심을 초월한 미소로 보면 어떨까? 바보는 세간의 욕망에서 벗어나고 인간적 감정에서 해방되어 항상 마음의 평화와 즐거움을 가진 자이기 때문이다. 계용묵의 ‘백치 아다다’, 도스토옙스키의 ‘백치’에 나오는 ‘머이시킨’,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도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② ‘(나)에서 나타난 탈춤의 원리를 서양 연극과 비교해 그 차이점을 밝히고, 의사소통이라는 관점에서 탈춤의 원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시오’란 문제를 생각해보자. 하회탈춤의 비움과 채움의 원리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공연자와 관객들이 맺는 일체감을 토대로 한다. 이를테면 탈춤 공연자가 “이 악독한 양반을 어떻게 할까?” 하면 관객들은 “혼내줘야지!” 하고 소리치는 식이다. 이는 탈춤이 열린 의사소통 구조를 가진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반면 서양 연극에서 무대는 관객과 단절되어 있다. 그래서 관객의 반응은 그저 심리적 상태에만 머문다.
탈과 탈춤은 또 하나의 세상을 여는 열쇠다. 그 탈문화의 중심 자리에 하회탈춤이 있다. 이 책은 하회탈과 하회탈춤의 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조감하여 밝힌다. 또한 21세기의 중요한 화두는 문화력의 회복이라고 말한다. 탈춤의 풍자와 해학 정신은 문화의 생산력을 높여준다. 우리들이 탈춤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이유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