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논리 이야기

  • 입력 2008년 4월 7일 02시 51분


주관성(主觀性·Subjectivity)

법학이: 너무 고액 연봉을 받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해. 연봉이 무려 50만 원인 거 있지.

적성이: ….

법학이: 하하하! 물론 이건 세금 전 연봉이야. 그러니 너무 의기소침하지 말라고, 친구!

적성이: ….

법학이의 연봉 50만 원은 현실적으로 고액 연봉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이는 주관성의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법학이는 너무 ‘주관적인’ 견해를 말한 것이다.

누군가 사시사철 ‘춥다’고 말한다면, 그의 견해는 지나치게 주관적일 것이다. 반면 자신의 주관적 견해를 지지해줄 만한 객관적 기준(예를 들어 영하 5도인 현재의 온도)을 근거로 제시한다면, 이는 수용 가능한 견해로 이해될 수 있다. 요컨대 객관적 기준이 결여된 주관성은 많은 불합리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해악이 클 수 있는 주관성은 무논리에 의한 것이다. ‘저 사람은 주는 것 없이 싫어!’ 등의 표현이 이에 속한다. 이러한 판단에도 나름의 객관적 기준이 들어 있다고 믿는 경우가 있지만, 이때의 기준은 대개 그 사람에 대해 내린 판단의 영역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것들이다. 이를테면 혈연 지연 학연 등을 일차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경우는 모두 무논리적 판단에 속한다.

우리 삶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주관성으로는 비논리에 의한 것이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보편적 기준을 인정하면서도 특정 인종에 대해 예외를 허용한다면, 이는 비논리적 주관성에 속한다. 우리 주변에서 좀 더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나는 비논리적 주관성은 어떤 인물이나 사안에 대한 자의적 판단이다. 자의적이란 ‘기준도 없이 마음대로’, 혹은 ‘기준을 마음대로 바꿔가며’와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사안과 무관한 기준을 판단의 잣대로 삼는 무논리적 주관성, 그리고 객관적 기준의 결여나 다중적 잣대에 의한 비논리적 주관성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과거의 망령이다. 그런데 법학이는 정말 50만 원을 고액 연봉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다행히도 법학이는 화폐 단위의 기준에서 달러화를 원화로 말하는 작은 오류를 범했을 뿐이다.

임상욱 엘림에듀 CTI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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