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 통합민주당 후보인 정청래(사진) 의원이 초등학교 교감에게 고성을 지르고 실랑이를 벌인 직후 해당 초등학교 교장에게 “(사과를 하려면) 교감을 데려오라”고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자 A15면 참조
정 의원이 서교초등학교 김모(45) 교감과 실랑이를 벌인 다음 날 서교초등학교 최모 교장을 면담한 이모(41) 씨는 7일 “최 교장이 사건 당일(2일) 정 의원의 사무실로 찾아가 세 시간을 기다려 정 의원을 만났지만 정 의원이 당사자(김 교감)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며 사과를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또 “최 교장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화를 냈다”며 “옆에 있던 최모 교감은 이보다 심각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 교감이 수모를 당했는데 우리도 뭔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최 교장은 “사건 당일 정 의원을 찾아가긴 했지만 3시간을 기다린 적 없다”며 “나는 정 의원에게 ‘(김 교감이) 아까 사과를 한 걸로 알고 있다. 김 교감은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말 딱 두 마디만 했다”고 말했다.
또 정 의원이 실랑이 직후 서부교육청에 전화를 건 사실도 드러났다.
서부교육청 류연수 교육장은 “정 의원이 사건 당일 ‘김 교감이 어떤 사람이냐’며 전화를 걸어 와 경위 파악에 나섰다”고 밝혔다.
구본순 서울시 교육위원도 “정 의원이 ‘교감 교육 똑바로 시켜라’라고 해서 ‘제가 뭐 교감 교육시키는 사람입니까’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실랑이를 벌인 직후 관할 서부교육청과 서교초등학교가 관련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정 의원의 실랑이 사실이 언론에 처음 보도된 4일 오후 서교초등학교 측은 ‘정 의원이 교감에게 폭언을 한 사실이 없다. 우호적인 상황이었다’는 내용의 A4 용지 1장짜리 해명서를 배포했다.
하지만 김 교감은 4일 서부교육청에 낸 경위서에서 “정 의원이 ‘내가 이 지역 현역 의원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건방지고 거만하다.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내게 말을 하나. 지난해 학교 행사에도 부르지 않더니…’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서부교육청은 김 교감의 경위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 교장은 “해명서는 김 교감이 직접 작성해 e메일로 보내온 것”이라며 “우리는 교육청에 보고를 한 것일 뿐 사전에 조율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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