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학교에 마을도서관을]장한나 방문 ‘108호 문상초등교’

  • 입력 2008년 4월 8일 05시 04분


“도서관 좋아요?” “네.” “바이올린 좋아요?” “네.” 7일 충북 진천군 문상초교 학교마을도서관 개관식에서 첼리스트 장한나 씨(오른쪽)가 이 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첼로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책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진천=원대연  기자
“도서관 좋아요?” “네.” “바이올린 좋아요?” “네.” 7일 충북 진천군 문상초교 학교마을도서관 개관식에서 첼리스트 장한나 씨(오른쪽)가 이 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첼로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책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진천=원대연 기자
“어렸을 때부터 책이 좋았어요. 첼로 연습시간에 책을 읽다 엄마한테 혼난 적도 있어요. … 책을 읽으면 먼 곳의 친구도 만나고, 가보지 못한 곳에도 갈 수 있거든요. 여러분도 음악과 책을 사랑하는 청소년이 되길 바랄게요.”

“네” 하고 대답하는 아이들의 음성이 우렁차다. 99명의 봄볕 같은 눈동자. 첼리스트 장한나(26·사진) 씨는 “정말 예쁘다”고 감탄한다.

7일 오후 충북 진천군 문상초등학교. 동아일보와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대표 김수연), 네이버가 함께하는 ‘고향 학교에 마을 도서관을’ 캠페인에 귀한 손님 장 씨가 참여했다. 평소 책과 아이들을 좋아하는 장 씨가 이날 문상초교의 학교마을도서관 108호점 개관식에 특별강사로 온 것.

“책은 읽는 게 아니에요. 책은 즐거운 만남입니다. 연주가들은 자신의 악기를 ‘만난다’고 표현해요. 첼로도 제가 열한 살 때 첫눈에 반한 저의 소중한 사랑이랍니다. 책도 마찬가지예요. 만나서 사랑에 빠지세요. 그럼 책 읽는 행복이 열린답니다.”

장 씨는 열한 살 때 ‘평생의 스승’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2007년 타계)가 도스토옙스키의 ‘백치’를 권해주었던 기억을 소개했다.

“그때 선생님께서 ‘마음의 문’이 열릴 거라 하셨죠. 사실 좀 힘들었지만 선생님이 추천한 거라 끝까지 읽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러시아 문학에 재미를 붙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여러분도 어른들이 추천한 책은 꼭 읽어보세요. 어려우면 다음에 읽어도 돼요.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이날 장 씨는 특강에 앞서 아이들에게 뜻 깊은 선물도 했다. 자신이 어린 시절 감명 깊게 읽은 책을 나눠준 것.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고려대출판부)은 직접 한 대목 낭독해 주었다. 이를 위해 고려대출판부는 ‘변신’ 50권을, 푸른숲 출판사는 ‘톨스토이 단편선’(100권)과 ‘돈키호테’(30권)를 기증했다.

장 씨의 방문과 학교마을도서관 개관을 맞은 문상초교는 잔치 분위기였다. 이기용 충북 교육감을 비롯해 수많은 환영 인사가 참석했다. 아이들은 장 씨에게 직접 쓴 편지를 전시했고 장 씨를 위해 동요 ‘숲 속의 음악가’ 등을 연주하기도 했다. 문상초교는 지난해 4월부터 교육청 지원으로 전교생이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

장 씨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독주곡’으로 아이들에게 화답했고, 예정에 없던 ‘주먹 쥐고’와 ‘환희의 송가’ 등을 아이들과 함께 연주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날 행사를 마친 장 씨는 “책은 아이나 어른 모두에게 마음의 밥과 같다”면서 “문화적 혜택이 열악한 지방이지만 도서관과 음악을 함께하며 행복한 아이들로 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천=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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