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과학기술 세계로 떨치자”
“한국의 과학기술은 아직 우물 안 개구리입니다. 올림픽에 비교하면 전국체전 정도의 수준이죠. 국제무대에서 뛰려면 여러분 같은 인재들이 이공계 대학에서 실력을 쌓아야 합니다.”
4일 오후 대구 수성구 황금동 대구과학고 시청각실. 학생 217명과 학부모 100여 명, 교원 35명은 백성기(59) 포스텍(포항공대) 총장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백 총장은 “과학기술자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며 “인재들이 기존의 틀 속에 안주하려는 나라는 지금처럼 국제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생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로골프의 박세리와 최경주, 프로축구의 박지성 등을 예로 들면서 좁은 국내 울타리를 넘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부가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의 과학고 학생을 대상으로 ‘과학은 우리의 희망입니다’를 주제로 강연을 하는 대장정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그는 “우수한 과학인재들이 이공계 대학을 꺼리는 이유는 기성의 과학기술 선배들이 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반성했다.
▶본보 2007년 9월 4일자 A34면 참조
이를 위한 실천으로 과학고를 돌면서 과학기술의 중요성과 이공계 대학의 비전을 직접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첫 강연은 3일 경북 포항시의 경북과학고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에는 이 학교 학생 89명과 교원 24명, 학부모 50여 명이 참석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디지털 시대의 가치 창출은 무한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며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엔진회사인 ‘구글’을 예로 들었다. 창사 10년 만에 연매출 100조 원을 이뤄낸 것은 과학기술 인재들의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강연을 들은 경북과학고 2학년 권용찬(18) 군은 “과학기술이 우리의 희망이라는 말씀에 가슴이 뭉클했다”며 “책임감을 갖고 이공계 분야에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6월까지 울산 부산 서울 인천 제주 등지의 13개 과학고를 순회할 계획이다. 전국 21개 과학고 가운데 해외출장 등으로 시간을 낼 수 없는 경우를 빼고 학생들과 만나 과학기술의 미래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대구과학고 조춘현 교장은 “과학영재들은 개인의 영예보다 국가사회의 발전을 고민하는 소명의식이 중요하다”며 “이번 강연은 학생들이 반듯한 과학기술자로 성장하는 데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 총장은 “좁게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넓게는 세계 각국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국의 과학기술은 엄청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세계적인 과학기술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