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수정만매립지 공업용지 전환…40억 발전기금 제시

  • 입력 2008년 4월 8일 05시 42분


주민들 “생존권 위협” 여전히 반발

‘생존권 사수’와 ‘지역경제 회생’이 충돌하고 있는 경남 마산시 구산면 수정만매립지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본보 3월 5일자 A16면 보도

마산시가 이 매립지에 조선기자재 업체인 STX중공업을 유치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데 이어 경남도는 최근 수정지구의 공유수면 매립 목적을 택지용에서 공업용으로 변경 승인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조선업체의 입주를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곧 해결될 것”=마산시 관계자는 7일 “직접 보상비 제시와 공유수면 매립 목적 변경 등 상황이 급변했다”며 “원만하게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직접 보상비란 최근 STX그룹이 “마을발전기금으로 40억 원을 내놓겠다”고 황철곤 시장에게 전달한 부분. 가구당 1000만 원 정도가 돌아가는 셈이다.

황 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시장 직을 걸고 4월 중 STX중공업 유치를 위한 민원 해결과 행정 절차를 끝낼 것”이라며 “368가구의 주민과 인근 수녀원이 희망하면 이주단지를 만들어서라도 옮겨주겠다”고 밝혔다.

마산시는 ‘수정지구 기업유치를 위한 대책본부’를 만들고 행정지원팀 등 6개 팀에 공무원 30명을 배치했다.

시 관계자는 “발전기금 제시 이후 주민들의 반응이 괜찮다”며 “민원 해결을 전제로 매립 목적 변경이 승인된 만큼 주민 대표와 본격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매립 목적 변경은 당초 수정만 23만여 m²를 택지로 매립했으나 STX 입주를 위해 조선시설 용지로 바꾸는 절차.

▽“돈에는 관심 없다”=‘수정마을 STX조선 반대대책위원회’(위원장 박석곤) 관계자는 “40억 원이 아니라 400억 원을 제시해도 생계 터전을 지키려는 우리의 주장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황 시장이 시장 직을 걸면 우리는 목숨을 걸겠다”고 말한다.

박 위원장은 “마산시가 내놓은 대안에 관심이 없다”며 “경남도 역시 주민 요구를 묵살하고 매립 목적 변경을 승인한 만큼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지역 여건상 공해가 발생하는 조선기자재 업체는 주민과의 공생이 불가능하다”며 “마을회관 건립, 장학재단 설립 등 마산시가 내놓은 26개 항의 발전 방안과 이주대책도 구체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STX 유치에 찬성하는 ‘수정발전위원회’(위원장 김영곤)는 “수정마을을 발전시키고 지역 경제를 살리려면 조선업체가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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