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집으로 가려는데 울산 남부서 형사들이 다가와 말했다. “3년 전 성폭행 현장에서 수거한 혈흔의 유전자(DNA)가 당신 것과 일치합니다.”
경찰은 묵비권 행사 등 미란다 원칙도 얘기했다. 김 씨는 ‘DNA 분석’이라는 말에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2004년 12월∼2006년 말 울산 남구의 주택과 노래방, 학원을 돌며 여성 8명을 성폭행하고 500만 원을 뺏었다. 증거를 없애기 위해 콘돔을 사용한 터라 들킬 염려가 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범행 장소인 노래방에서 씹다 뱉은 껌, 헬스클럽에 두고 간 안경테 등이 단서가 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DNA 분석 결과를 통보받고 전과자 1000여 명을 수사했다. 김 씨는 범죄 기록이 없어 수사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남구 달동 등에서 빈집 13곳을 털었다가 지난달 5일 구속됐다.
경찰은 다른 범죄를 확인하려고 그의 구강세포 DNA를 채취했다가 3년 전 성폭행범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울산구치소로 달려갔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