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일생 중 상상력이 가장 풍부한 시기는 만 5세부터 7세까지로 알려져 있다.
만 8세가 되면 아이들은 ‘합리적 사고기’로 들어간다. 이때가 되면 아이들은 “이거 진짜예요?” 하면서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려 한다. 이 무렵 아이들은 ‘상상의 날개옷’을 ‘논리의 날개옷’으로 갈아입는다.
○ 상상의 날개옷을 입혀라
만 5세에서 7세까지 상상력을 충분히 기르지 못한 아이들이 성장해 논리의 날개옷을 입게 되면 불행한 일이 벌어진다. 상상력이 가미되지 못한 논리란 아주 보잘것없기 때문이다.
그 예는 과학의 역사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은 아마도 상상력의 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가 양 손에 짐을 들고도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자동문은 참 편리하다.
하지만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의 동화적 상상력이 밑받침을 해주지 못했다면 과연 자동문의 발명이 가능했을까? 단추만 누르면 수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나무꾼과 선녀’의 ‘두레박 상상력’이 아니라면 가능했을까?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는 ‘날아다니는 양탄자’의 상상력이 없었다면 아마도 탄생이 어려웠을 것이다.
‘해저 2만 리’의 상상력은 정확하게 20년 뒤 잠수함 탄생으로 이어졌고 한때 한국인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줄기세포 연구는 ‘젊어지는 샘물’의 상상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 시는 언어로 그리는 상상력
상상력을 키워주는 가장 쉽고 간편하고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는 시 읽기다.
시는 언어를 가지고 그림을 그린다. 언어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 이것이 시가 주는 기쁨이다. 피를 용솟음치게 하는 씩씩한 리듬을 가진 시, 경쾌하게 들리는 가락의 시, 듣고 있는 사이에 어린 마음속에 꿈을 찾아주는 맑고 신비한 리듬, 태고적 정서를 전해주는 민요의 가락, 애정이 넘치는 시, 그리고 말 하나 하나가 닦아놓은 보석처럼 빛나는 의미를 가진 시어들이 있다. 이런 시를 읽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은 독자마다 다르다.
‘시는 친구끼리 같이 앉아서 같은 시를 읽어도 머릿속에 다른 그림을 그린다. 만약에 두 사람이 같은 시를 읽으며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시가 아니다. 구호다.’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시란 무엇인가(What is poem)?’라는 단원의 안내문이다. 이 문구를 우리나라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게 읽게 하고 의견을 물어보았다.
‘그럼 시험 볼 때 어떻게 하느냐?’ ‘정답이 없는데 교육이 되겠느냐’ 등 걱정하는 분이 많았다. 현재의 정답 찾기 교육을 고집한다면 이런 시 교육은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의성어 의태어
시를 이용한 독서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의성어와 의태어의 적절한 활용이다.
의성어와 의태어는 상상력 발달에 효과적인 자극제가 된다.
(1)말이 깡총깡총 뛰었습니다.
(2)말이 껑충껑충 뛰었습니다.
두 문장을 듣고 아이들이 상상하는 내용은 다르다.
첫 번째 문장에서는 작은 망아지가 뛰어가는 장면을 상상하게 되지만, 두 번째 문장에서는 준마가 뛰는 장면을 떠올린다. 실제로 말을 보았거나 그림책에서 말을 본 적이 있는 아이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말을 구경한 적이 없는 아이는 아무것도 상상할 수 없다.
(1) 시냇물이 졸졸 흘러갔습니다.
(2) 시냇물이 철철 흘러갔습니다.
두 문장에서 아이들이 상상하는 장면도 다르다. 위 문장에서는 맑은 도랑물을, 뒤의 문장에서는 장맛비가 지나간 뒤 홍수 난 붉은 시냇물을 상상할 것이다.
이처럼 의성어와 의태어는 아이의 상상력 발달에 큰 도움을 준다. 유아나 어린이에게 상상력을 위한 자극제로 의성어와 의태어가 들어있는 이야기나 동요를 들려주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도깨비들이 둠디둠둠
춤을 춘다, 둠디둠둠
도깨비들이 춤을 춘다.
둠디둠둠, 둠디둠둠
흔들흔들 쿵덕쿵덕
보따리를 던지며
독일의 전래동요 ‘도깨비춤’이다. 이 동요를 들으면 도깨비들이 커다란 보따리를 ‘휙휙’ 던지면서 뒤뚱거리며 춤을 추는 장면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의성어인 ‘둠디둠둠’은 읽고 있는 독자까지도 춤추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시를 많이 읽은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이미지 생성 능력이 더 높다. 따라서 높고 풍부한 상상력의 소유자가 된다.
남미영 한국독서교육개발원장 mynam@kred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