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부산에 있는 식구들을 만나러 서울에서 SM5 승용차를 몰고 내려가는 A(41) 씨는 “요즘같이 기름값이 비쌀 때면 운전만 ‘점잖게’ 해도 왕복 최대 3만 원은 아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A 씨는 “특히 새벽이나 심야에 130km 이상으로 과속을 하다가 과속 방지 카메라가 있는 구간에서 급정거를 하는 패턴을 반복할 때 기름 소모가 가장 많았다”고 조언한다.》
시속 56∼96km땐 23% 절감
120km 넘으면 23% 더 들어
급출발 급제동 급가속 등 이른바 ‘3급(急)’ 운전 습관만 바로잡아도 기름값의 상당 부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
에너지시민연대에 따르면 2.0L 중형차는 급출발 10회에 약 100cc의 연료가, 급가속 10회에 약 50cc의 연료가 추가로 소모된다. 급출발, 급가속만 하지 않아도 국가적으로 524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에너지시민연대의 추산이다.
미국 에너지부와 환경보호국이 공동 운영 중인 에너지절약 사이트(www.fueleconomy.gov)에 따르면 ‘3급 운전’을 하지 않을 때 고속도로에서 최대 33%가량 기름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속과 연료소비효율(연비)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미 에너지 절약 사이트는 일반적으로 ‘경제속도’라고 하는 56∼96km에서는 가장 높은 연비로 주행할 수 있으나 120km 이상에서는 효율이 급격히 감소해 최대 23%의 기름을 더 소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12일 기아자동차가 주최하고 환경부가 후원한 ‘친환경 운전왕 선발대회’에서 ‘운전왕’에 선발된 양영빈(40) 씨는 승합차 뉴카렌스로 160km 구간을 L당 평균 13.5km로 주행하는 ‘솜씨’를 보여줬다. 뉴카렌스의 공인 연비가 L당 8.6km인 점을 감안하면 60%가까이 연료 절감을 한 셈이다. 공인 연비가 통상 업체 측에서 ‘최적의 운전 환경’을 고려해 설정한 수치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절약 효과는 이보다 좀 더 클 수도 있다.
“급발진이나 급제동을 하지 않고 ‘경제속도’를 지킨 덕분”이라는 게 양 씨의 설명이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다른 15개 팀의 평균 연비도 L당 12.3km에 이르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운전자가 운전 습관만 잘 들여도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50% 이상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며 “이는 안전운전을 통해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요령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가능한 한 멀리서부터 천천히 브레이크를 밟고 RPM(엔진의 분당 회전 수)이 1500∼2000일 때 가속페달을 조절하는 습관만 들여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