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11곳도 아직 시행인가 못받아
서울 강북권의 뉴타운 후보 지역 주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국회의원 선거기간 동안 후보들이 내세운 뉴타운 지정 공약으로 기대감에 들떠 있다가 서울시 오세훈 시장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1~3차 뉴타운 사업이 가시화되기 전에는 추가 뉴타운 사업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거듭 밝혔기 때문이다.
선거기간 동안 가격이 급등한 일부 지역에서는 오 시장의 발언 이후 집주인들이 회수한 매물들을 다시 내놓으려는 사례도 있다.
●출렁이는 뉴타운 후보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뉴타운 추가 지정 등의 공약을 내세운 서울의 선거구는 전체 48곳 중 29곳에 이른다. 특히 최근 집값 상승이 심상찮은 강북지역에서는 26개 선거구 중 16곳에서 뉴타운 추가 지정 등이 공약으로 나와 부동산 가격을 들썩이게 했다.
하지만 뉴타운 지정 권한을 가진 서울시가 선거공약과 상반된 입장을 밝히면서 관련 지역들의 주택 가격은 출렁이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당선자가 뉴타운 개발을 약속한 서울 사당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뉴타운 개발공약으로 대지 지분 33㎡(10평)의 빌라가 2억3000만 원에서 2억5000만 원까지 올랐지만 추가 뉴타운 지정이 없을 것이란 말이 나오면서 가격을 낮춘 매물들이 다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의 화곡뉴타운 공약으로 집값이 오른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주민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화곡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올초 3.3㎡(1평)당 1200만~1500만 원하던 다가구·다세대 지분 값이 총선을 전후로 500만 원 가까이 올랐지만 지금은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에서 가격을 형성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이 밖에 서울 중랑구와 노원, 도봉, 동대문구 등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뉴타운 추가 지정에 대한 논란이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박사는 "정부의 재정이 확보돼야 하고, 주민들이 감당할 만큼의 추가 부담금 등이 산정돼야 뉴타운의 실질적인 추진이 가능하다"며 "정치인과 고위관료의 말 한 마디에 따라 사업이 좌지우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도 서울 은평, 길음, 왕십리 등 시범 3곳과 전농, 답십리 등 2차 12곳, 장위, 상계, 등 3차 11곳 등 총 35곳의 뉴타운(균형발전촉진지구 포함)이 이미 지정됐지만 사업 추진은 대부분 지지부진하다. 2차 뉴타운 12곳 가운데 면적기준으로 48%만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3차 뉴타운 11곳은 사업시행인가조차 한 곳도 받지 못한 것.
이는 기반시설 부담에 대한 문제와 지분에 대한 낮은 감정가격, 높은 공사비 등의 이유로 추가부담금이 만만치 않아 조합과 주민들 간의 갈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사업추진여부와 상관없이 오 시장의 임기 내에 4차 뉴타운을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심의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뉴타운 개발 공약으로 발목이 잡힌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요구를 오 시장이 끝까지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연구실장은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들이 떠도는 소문이나 후보자들의 공약만을 믿고 가격이 이미 올라 사업성이 악화된 뉴타운 후보지에 투자했다가는 손해만 입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