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강의는 종교음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베토벤의 ‘장엄미사’로 시작할까 해요. 베토벤의 음악인생을 그린 영화 ‘불멸의 연인’ 첫 장면에 삽입된 곡을 음미해 보세요. 왜 ‘장엄미사’인지 이해가 될 겁니다….”
15일 오후 7시 반 대구 수성구 지산동의 ‘수성아트피아’ 음악실.
음악칼럼니스트인 진회숙 씨가 30∼50대 주부 등 40여 명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영상으로 만나는 클래식’ 강의를 시작했다.
2시간 동안의 강의가 끝나자 수강생 박지영(38·주부) 씨는 “영상과 함께 해설을 곁들인 강의 내용이 흥미진진하고 깊이도 있어 두 학기째 강의를 듣고 있다”며 “고단한 삶을 아름답고 숭고하게 살다 간 예술인들의 음악과 인생을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5월 1일로 개관 1주년을 맞는 수성아트피아가 지역주민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예술 강좌와 공연, 전시회 등을 꾸준히 열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수성구가 사업비 368억 원을 들여 건립한 이곳에는 1167석 규모의 대공연장, 소공연장(324석), 전시실 등에 첨단음향 시설과 조명 및 무대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보고, 듣고, 느껴 보세요’=개관 이후 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강좌인 ‘예술아카데미’에 수강생들이 갈수록 몰리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예술아카데미를 세 학기 동안 운영한 결과 86개 강좌(260개 클래스)에 학기당 평균 900여 명이 수강했다.
올해 3월부터 시작된 4학기는 강좌가 100여 개로 늘어났으며 수강 신청자도 1100여 명으로 지난 학기에 비해 30%가량 늘었다.
진 씨의 클래식강의를 비롯해 예술철학박사 조광제 씨의 ‘현대미술강의’, 오페라 평론가인 박종호 씨의 오페라강의, 지휘자 황원구 씨의 ‘친밀한 클래식’ 강좌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아트 퀴즈’ 프로그램 등 50여 개의 어린이 대상 문화예술교육 강좌에도 주부와 자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수익률 높고 관객도 늘어=개관 이후 조수미 리사이틀, 러시아 국립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등 총 41건, 69회의 기획공연을 선보였다.
특히 공연의 경우 개관 이후 11개월간 평균 수익률(출연료 대비 티켓판매 수익금)이 79.39%로 전국 공연장의 평균 수익률(40∼50%)에 비해 크게 높았다.
개관 이후 이곳에서 열린 공연물은 클래식, 국악, 뮤지컬, 연극, 발레, 오페라, 록 콘서트, 현대무용, 음악극 등으로 다양했다. 올해는 기존 장르에 집시음악과 재즈 연주회 등을 더할 예정이다.
전시 부문에서는 지금까지 41회의 기획 작품전이 열렸다. 올해는 기존의 순수미술 전시회에 비디오 아트, 설치미술, 어린이 기획전시회 등을 추가해 미술 애호가들의 문화욕구를 채워줄 방침이다.
▽개관기념 행사 풍성=개관 1주년을 맞아 5월 3일부터 6월 1일까지 명품연극전, 클로드 볼랭 내한공연, 프랑스의 클래식기타리스트인 티보 코뱅 내한 연주회, 서양화가 정병국 초대전 등을 마련했다.
특히 명품연극전에는 한국 연극사에 남을 작품으로 불리는 강부자의 ‘오구’를 선보일 예정.
수성아트피아 김성열 관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장으로 만들기 위해 상업성이 짙은 공연이나 전시회는 가급적 피하고 예술 애호가와 일반인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회를 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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