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특검 기자실에는 취재 및 카메라 기자 등 300여명의 내외신 취재진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수사결과 발표문은 154쪽의 책으로 제본돼 기자들에게 배포됐고 수사결과 발표와 질의응답은 3시간을 넘겼다.
조 특검은 배석한 윤정석, 조대환, 제갈복성 특검보, 강찬우, 이원곤, 이주형 파견검사, 노영록 특별수사관 등과 함께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우여곡절 수사기간=1월 10일 출범한 특검팀은 출범 나흘 만에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삼성 측을 곤혹스럽게 했다.
특검팀은 1월 14일 한 번도 수사기관에 의해 조사받은 적이 없었던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 승지원과 이학수 부회장을 포함한 그룹 임원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다음날엔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 전략기획실과 이 회장의 이태원동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수사기간 동안 특검팀은 17차례 영장을 발부받아 22곳을 압수수색했다.
2월 5일에는 특검 출범 후 첫 피의자가 나왔다. 김승언 삼성화재 전무 등 2명을 수사방해 및 증거 인멸혐의로 입건한 것.
그러나 수사의 주된 관심 분야인 비자금 조성이나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에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자 비판여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2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를 소환조사 한 뒤 지난달 14일 'e삼성 사건'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리하자 '면죄부 특검'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하지만 특검팀은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 회장을 두 차례나 소환하고 이 회장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하는 한편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 모두를 기소해 비판 여론을 잠재웠다.
▽특검이 남긴 진기록=특검팀은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했으나 공식 수사종료일인 23일까지 기소 후 사무처리를 할 예정이어서 총 수사기간은 105일이 된다.
105일은 2001년 이용호 게이트 특검 수사와 함께 역대 최장 특검 수사기간이다.
특별검사, 특검보 3인, 파견검사 3명을 포함한 77명의 수사인력은 총 106명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BBK특검'에 이어 두 번째다.
또 삼성그룹 임원급 96명이 무더기로 소환돼 조사받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조사받았던 전용배 상무는 20회 출석해 최다 출석을 기록했다.
전체 소환자는 총 225명이었으며 전체 소환 횟수는 327회였다. 이 중 김용철 변호사가 8번이었으며 이 부회장 7번, 김인주 사장 6번, 김학진 부장 5번이었다.
이 전무와 홍 관장 등은 처음으로 수사기관에 소환됐고 이 회장은 13년 만의 수사기관에 소환돼 관심을 모았다.
한복을 입고 훈장을 착용한 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기자들에게 "나 이해규야!"라고 말한 이해규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과 1차 소환 때 "차명계좌가 아니라 나의 계좌"라고 주장했다가 2차 소환 때 차명계좌를 시인했던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등도 눈길을 끌었다.
▽창과 방패의 인연=특검 활동의 핵심인 차명계좌 및 비자금 수사를 주도한 조대환 특검보와 삼성 방어의 첨병인 이완수 변호사의 인연도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13기 동기로 조 특검보는 경북고, 이 변호사는 대구고를 나왔으며 둘 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조 특검보는 1998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 1999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측근 염동연(당시 수자원공사 감사) 의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이 변호사는 1992년 현대상선 탈세사건 때 정몽헌 당시 부회장을 조세포탈 혐의로, 1999년 부정대출 혐의로 전 경기은행장들을 구속했다.
법조계 주변에선 조 특검보가 김대중 정부 시절 구속한 염 의원이 노무현 정부 시절 '실세'로 부상하자 이후 인사에서 물을 먹은 뒤 2005년 검찰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2002년 대검 감찰1과장으로 근무할 때 조사 중 피의자를 숨지게 한 홍경령 검사를 구속했다.
최우열기자 dnsp@donga.com
장윤정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