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당시 기름띠의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 방제작업에 나섰던 직원과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과 숨소리가 새삼 떠올랐다.
다시 찾은 사고 현장에는 여전히 적지 않은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해안 바위와 돌멩이에 묻은 기름찌꺼기를 닦아내며 ‘태안의 기적’을 이어가고 있었다.
사고 이후 지금까지 100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태안을 찾아 주민들과 아픔을 함께 나눴다고 하니 우리는 이웃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따뜻한 공동체의식을 가진 민족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했다.
자원봉사자들의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70km에 이르던 해안의 기름띠가 현재 약 8km로 줄었으며 오염된 59개섬 가운데 37개섬은 방제작업이 마무리됐다.
방제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22개섬과 주요 오염 현장 115곳에 태안군과 해경, 주민 등 52명으로 구성된 방제지도팀이 중장비를 동원해 전문방제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해경은 앞으로 기름의 흔적이 남아 있는 한 방제작업을 무기한 계속할 것이다.
현장에서 놀란 사실이 하나 더 있다. 현지 식당에서 먹은 생선회와 음식들은 모두 태안 앞바다에서 잡은 것이었지만 기름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고 한결같이 맛깔스러웠다.
정부와 민간단체 등이 각종 회의와 세미나를 태안군서 개최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으나 전국의 관광객들이 애정 어린 마음으로 태안을 찾아주면 주민들은 큰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될 것이다.
주민들은 거리 곳곳에 ‘자원봉사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 국민의 성원에 감사함을 전하고 있었다.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이미 소는 잃어버렸지만 이번 기회에 외양간이라도 단단히 고쳐놔야 한다.
해경은 태안 사고를 큰 교훈으로 삼아 대형 재난사고에 대비한 장비와 기자재를 미리 확보하고 사고처리에 필요한 각종 훈련을 실시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원인이었던 해상업무 종사자들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박 운항의 기본 원칙만 지켜주면 되는 것이다.
박성국 총경·해양경찰청 대변인 k012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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