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가 있는 저를 남들이 이상한 눈으로 볼지라도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모든 일이 잘되는 것 같아요.”
인하대 윤은호(22·문화콘텐츠학과 4년·사진) 씨. 그는 자폐증상(발달장애 3급)을 딛고 대학 생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어 화제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그의 평균 학점은 3.55점.
윤 씨는 사소한 일에 화가 나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등의 자폐증상을 보여 4세 때부터 재활 치료를 받았다.
그의 부모는 아들이 비록 자폐증상이 있지만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정상 학생들과 어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그를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다니게 했다.
하지만 그의 학교생활은 그리 쉽지 않았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악몽 같은 날들이 찾아왔다. 친구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금품을 빼앗기기도 했다. 심지어 머리를 너무 얻어맞아 상처가 아물 날이 없었다.
결국 그는 다니던 학교를 떠나 전학을 가야 했다. 전학을 간 중학교에서도 따돌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더 물러서면 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진솔한 면을 보여줬지요. 그러자 저를 괴롭히는 일이 조금씩 줄어들더군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대신 그는 컴퓨터와 친해졌다.
“자폐의 특성이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것이에요.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과 비슷한 경우죠. 그래서 컴퓨터 하는 시간을 줄이고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저를 믿어준 부모님의 따뜻한 보살핌이 큰 힘이 됐어요.”
그는 대학 입학 때 다시 한 번 좌절을 겪는다.
서울대 입학을 위해 장애인 전형을 치렀을 때 입시 관계자로부터 “돌발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입학을 허가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깊은 시름에 빠졌다.
결국 그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정시모집을 통해 2005년 인하대에 입학했다. 전국 상위 11% 안에 드는 성적으로 정시 모집에 합격한 것.
그는 지난해 인하대 정석학술정보관(도서관)에서 188권의 책을 빌려 책을 가장 많이 읽은 학생으로 꼽혔다. 하루 2∼3시간은 책을 읽는 데 할애한다.
적극적인 사고와 행동도 장애를 극복하는 힘이 됐다. 교수들에게 자주 찾아가 공부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 놓고 도움을 받는다. 각종 동아리 활동에도 참여해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스스로 장애인이란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
그는 “자폐라는 울타리에서 스스로 벗어나기 위한 용기와 노력이 장애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전후해서만 관심을 갖지 말고 장애인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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