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글로벌 부산의 ‘닫힌 행정’

  • 입력 2008년 4월 23일 05시 23분


부산 서구청이 저소득층의 의료비 지급을 관리하는 의료급여관리사를 일방적으로 해고해 말썽을 빚고 있다.

의료급여관리사는 의료급여수급자들이 자주 병원과 약국을 이용하는 이른바 ‘의료 쇼핑’의 피해를 줄이는 대신 바람직한 의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2003년 보건복지부가 신설했다. 1년 단위의 계약직이었으나 업무의 영속성을 위해 정부가 지난해 무기계약(정규직)직으로 전환을 결정했다.

그러나 서구청은 법 규정과 정부 지시에도 불구하고 19일 의료급여관리사 박모(32·여) 씨를 부당 해고했다. 이 과정에서 업무담당자는 재계약을 하지 않기 위해 임의로 근로계약서를 변경했고, 주무과장은 정규직 전환시점이 다가오자 전결로 박 씨의 해고를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구청은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부담해야 할 ‘돈’이 늘어나는 데다 다른 계약직 84명과의 형평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관리사들의 인건비는 정부가 80%, 자치단체(시)가 20%를 부담하기 때문에 구청의 논리는 억지에 불과하다는 게 부산여성노조의 반박이다.

현재 부산지역 의료급여수급자는 15만8303명. 이들의 지난해 진료건수는 모두 578만702건이다. 정부와 부산시가 이들에게 지원한 진료비만 3807억여 원에 이른다. 이들을 관리하고 건강을 챙겨주는 의료급여관리사들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이 때문에 전국 16개 시도에서 정규직 전환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부산지역 16개 구군의 의료급여관리사 38명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는 1명밖에 없다.

이런 ‘닫힌 사고’로는 부산을 글로벌 도시라고 할 수 없다. 10원을 아껴 100원을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 10원을 투자해 1000원을 버는 열린 사고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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