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맑아진 신천, 3700억 들여 또 수질 개선?”

  • 입력 2008년 4월 30일 07시 23분


■ 대구시 ‘2급 → 1급수 개선사업’ 과잉투자 논란

대구시가 3700여억 원을 들여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2011년까지 신천과 금호강의 수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의 계획을 발표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환경전문가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사업비가 전체의 40%를 넘어 향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또 신천의 경우 수달 등 야생동물이 서식할 정도로 맑아진 상태인데 대대적인 수질개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과잉투자의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맞아 지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등을 위해 도심을 가로지르는 신천의 수질을 더욱 깨끗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기관에 용역을 발주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신천을 1급수로’=대구시는 2011년까지 3711억 원을 들여 신천과 금호강의 수질을 개선하는 종합계획을 28일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0년까지 317억 원을 들여 신천 하류인 금호강에 하상 여과시설을 설치해 하루 10만 t의 하천수를 여과처리 과정을 거쳐 신천 상류로 끌어올린 뒤 방류해 수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이다.

시는 이 방안이 도입되면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L당 1.0mg 이하로 신천 수질이 개선돼 수질환경기준 1급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천하수처리장 처리수 등 12만5000t을 유지수로 활용하고 있는 신천의 수질은 지난해 말 기준 BOD가 L당 3.5mg으로 2급수 수준이다.

또 2011년까지 1548억 원을 들여 달서천의 5개 분뇨처리장 중 2곳을 통합해 지하화하고 서부하수처리장에 사업비 645억 원을 들여 하루 500t을 처리할 수 있는 하수찌꺼기 처리시설도 설치키로 했다.

▽사업비 확보 여부 등에 대한 논란=사업비 3711억 원 중 국비는 1966억 원(53%), 시비는 1745억 원(47%)이다. 하지만 이 중 국비 등 1526억 원(41%)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황.

시는 당초 2015년까지 신천 수질개선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예산을 연차적으로 조달하려 했으나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비해 사업 완료 시기를 4년 앞당겼다.

이에 따라 시는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환경부 등을 상대로 사업 조기 추진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비 조달에 차질이 빚어지면 3년 이내에 신천과 금호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환경전문가는 “신천은 현재도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기에 별다른 불편이 없을 정도로 수질이 좋은 편인데 다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수질 개선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과잉투자”라고 비판했다.

▽‘수질 과연 좋아질까’=상당수 환경전문가들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되는 신천 수질개선 사업에 회의적인 견해를 보인다.

여과 과정을 거친 하천수를 신천 상류에 방류해도 신천에 설치된 수중보 때문에 물이 썩고 악취가 나는 현상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는 것.

신천에는 현재 유지수를 가두어 두는 역할을 하는 고무로 된 수중보(높이 0.7∼2m, 길이 45∼95m) 14개가 설치돼 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은 “신천에 설치된 수중보 때문에 물이 장기간 보 근처에 머물며 부영양화하는 현상을 해결하지 않고는 아무리 깨끗한 물을 상류에서 흘려보낸다 해도 수질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신천의 수질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중보의 수를 줄이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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