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마을의 ‘책 산타’
“실버악단을 만들고 여러 곳에서 연주했지만 오늘은 정말 감회가 특별합니다. 어린 시절 추억도 떠오르고요. 손자뻘 학생들이 즐거워하니 더 연주할 맛이 납니다. 허허.”
꽤 오랜 연주였는데도 배정우(79) 단장의 목소리는 생기가 넘쳤다. 서울에서 악단을 인솔해 오는 데만 4시간이 넘게 걸린 길. 제대로 된 무대도 없이 부랴부랴 꾸린 공연이었지만 배 단장은 “가장 뜻 깊은 연주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지난달 21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 장흥초등학교에는 111번째 학교마을도서관이 생겼다. 본보와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 네이버가 함께하는 ‘고향 학교에 마을 도서관을’이 이번에는 비무장지대(DMZ)에서 불과 4km 정도 떨어진 중부전선 최전방 학교를 찾았다.
무엇보다 이날 반가운 손님은 ‘강남실버악단’. 서울 강남구에 사는 60세 이상 노인 10명으로 구성된 음악밴드다. 이들은 트럼펫 드럼 키보드 오보에 등으로 동요와 가곡, 대중가요를 신명나게 연주했다.
강남실버악단이 장흥초교를 방문한 데는 강남구청의 힘이 컸다. 강남구는 올해 1월부터 ‘작은 도서관…’과 함께 ‘해외 동포 및 농어촌 학교도서관 책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지린 성과 산둥 성, 베트남 호찌민 시, 미국 애틀랜타 시 등 동포 학교에 4만여 권을 보냈다. 국내에도 장흥초교를 포함해 전국 68개 학교에 8만여 권을 지원했다.
맹정주 강남구청장은 “해외나 농촌 지역은 읽고 싶어도 읽을 책이 없는 곳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함께하게 됐다”면서 “구민들의 참여와 호응이 커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관한 학교마을도서관은 장흥초교 개교 이래 처음 생긴 학교도서관. 1955년 문을 열어 53년 만이다. ‘고향 학교에 마을 도서관을’ 프로젝트가 3100권을 지원해 인근 학교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김지선 교장은 “학교 예산으로 이 정도 장서를 갖추려면 10년은 걸렸을 것”이라면서 “전교생이 67명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지만 책이 가득한 도서관을 보고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행복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남실버악단의 전상호(71) 씨도 “서울에만 있다가 시골에 내려와 반가워하는 어린이들을 보니 마음이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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