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만난 ‘돈 공천’ 의혹 수사

  • 입력 2008년 5월 3일 03시 08분


비례대표 공천 의혹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5일까지 출두할 것을 통보받은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가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친박연대 당사에서 비공개회의를 마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안철민 기자
비례대표 공천 의혹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5일까지 출두할 것을 통보받은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가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친박연대 당사에서 비공개회의를 마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안철민 기자
법원 “공천관련 금품교부 자료없다” 기각사유 상세히 설명

검찰이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양정례(31·여) 당선자의 어머니 김순애(58) 씨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이 2일 법원에 의해 기각됨에 따라 18대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 공천 의혹을 조준한 검찰 수사가 암초에 부닥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사건은 올 2월 후보 공천과 관련된 금품수수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이 추가된 선거법 개정 조항에 따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첫 사례였다.

이 때문에 김 씨에 대한 영장 기각은 친박연대뿐 아니라 다른 정당의 비례대표 ‘돈 공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법원이 이날 김 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이례적으로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취지의 영장 기각 사유를 상세히 밝힌 점도 검찰로서는 부담스럽다.

김 씨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았던 홍승면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김 씨가 친박연대의 당 공식계좌에 돈을 보낸 것 외에는 공천과 관련해 당직자 등에게 금품을 교부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1일 김 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모든 정황을 볼 때 김 씨가 당에 제공한 17억 원 전액을 공천의 대가로 보고 있다”고 밝힌 것과 상당한 차이가 난다.

또 홍 부장판사는 “친박연대의 당헌 당규상 당비와 관련한 제한 규정이 없고 당비의 상한 금액에 대한 법률상의 제한 규정도 없다”며 “김 씨는 친박연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당 공식계좌에 실명(實名)으로 송금했고 이런 내용은 선거 후 정당의 신고를 거쳐 일반인이 열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가 △당에 돈을 제공하는 과정에 위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김 씨가 낸 돈을 공천의 대가라고 볼 증거도 현재로서는 부족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당초 김 씨가 당에 제공한 돈이 공천의 대가라는 전제 아래 돈을 받은 쪽인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의 연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 대표에게 이미 소환을 통보한 검찰의 수사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일 서 대표에게 “5일 이전까지 나와 달라”고 소환을 통보한 상태다.

또 검찰은 양 당선자가 김 씨와 범죄를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번 영장 기각으로 김 씨가 당에 제공한 돈이 공천 대가라는 것을 입증할 추가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양 당선자의 처벌 여부도 불투명해질 상황에 놓였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영상 취재: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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