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춤검진, 필요한 검진항목 골라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나에게 굳이 필요 없는 부가서비스 설정’에 불만을 갖는다. 어떤 서비스 항목은 사용하고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건강검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나 똑같은 획일화된 검진항목은 비용과 시간의 부담을 주므로 건강검진의 ‘벽’을 높이기도 한다.
여의도중앙검진센터는 이런 점에 착안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병원의 건강검진은 개인의 건강상태, 가족의 질병력, 개인검사 이력 등을 종합해 반영한다. 담당 헬스플래너(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 환자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검진항목을 콕 집어 설계하도록 한다. 상담을 통해 비용도 줄일 뿐만 아니라 장시간 검진을 받는 데 따른 시간 부담도 줄어든다.
테마별 맞춤 프로그램도 눈여겨 볼 만하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혹은 2세를 계획 중인 부부를 위한 ‘신혼부부 검진’ △성장에 따른 신체 변화가 많은 중고생을 위한 ‘청소년 검진’ △치매 뼈엉성증(골다공증) 등 노인병을 검진하는 ‘효도 검진’ △유방암 자궁암 등 여성 질환을 집중 점검하는 ‘기혼여성 검진’ △전립선암 고혈압 등 40, 50대 남성에게 생기는 질병을 체크하기 위한 ‘중년남성 검진’ 등이 대표적이다.
○ 건강검진의 ‘로밍 서비스’, 교포 건강검진
여의도중앙검진센터는 재미교포를 위한 검진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높은 의료보험 수가와 고액의 치료비 부담 그리고 언어 소통 문제로 고민하는 재미교포들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강준호 여의도중앙검진센터 원장은 “미국에서는 건강검진을 할 때 한국과 달리 한꺼번에 다양한 검사를 해주지 않을 뿐 아니라 CT와 초음파 검사의 본인 부담액이 많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선 60세가 넘으면 미국 정부가 지정하는 의료기관에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로 건강 체크를 하는 데 그치기도 한다. 건강검진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그 방법을 몰라 고민하거나 검진을 포기해버리는 재미교포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검진 절차는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휴대전화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처럼 간단하다. 검진을 원하는 사람은 검진예약을 대행하는 미국 내 여행사에서 항공권과 건강검진을 동시에 예약할 수 있다. 예약 날짜에 입국하면 곧바로 검진을 받게 된다. 대개 3, 4일이면 검진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 진단(Test), 처치(Treatment), 연계(Transfer) 등 ‘3T 시스템’
이 병원은 질병의 조기 발견과 더불어 조기 처치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검진에서 병이 발견되면 즉시 대학병원이나 전문병원으로 환자를 넘긴다. 이 병원의 최근 3개월간 진료 인계율을 보면 1위가 유방외과였다. 유방질환의 경우 일반적인 종합검진에서 하는 유방검사만으론 정확성이 떨어져 대부분 추가 정밀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방질환이 있을 때는 이른바 ‘비타민 박사’로 불리면서 국민에게 널리 알려진 권오중 박사가 정밀검사와 치료를 담당한다.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되면 그 자리에서 제거한다. 위염처럼 약 처방이 쉬운 질환이 있으면 검진 결과를 보고 곧바로 약을 처방해준다. 단순한 검진을 넘어서 간단한 처치와 처방을 하는 치료형 진료시스템이다.
건강검진의 최종 목적은 몸 관리다. 검진 그 자체로 끝난다면 의미가 반감된다. 검진 결과에 얼마나 신속하고 적절히 대응하면서 자신의 몸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느냐가 중요하다.
여의도중앙검진센터는 수검자가 결과를 우편으로 받아보기 전이라도 병원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검진을 받으면 결과를 알기 전까진 ‘혹시나’ 하는 초조한 마음을 갖는 게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이나 전문병원에 진료 연계를 할 때에는 영상검사 내용을 담은 CD를 연계 병원에 제공한다. 중복검사와 비용, 시간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다. 2차 정밀검사 결과를 통보해줄 때는 차기연도 검진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증 질환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집중 관리해준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