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호도 11%→ 24%… 외고는 63% → 50%
《중학교 3학년생 임기정(15·서울 신도림중) 군은 그동안 외국어고 진학을 준비해 왔으나 최근 자립형사립고로 진로를 바꿨다. 외고생은 고교 입시 준비과정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인문계열 공부를 주로 하기 때문에 진로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임 군은 일단 자사고에 진학해 자신의 적성을 더 살펴보기로 했다. 임 군 어머니 강경미(40) 씨는 “아이가 수학을 잘하는데 외고에 진학하면 이런 강점이 잘 발휘되지 못할까 걱정”이라며 “자사고에서 의대 등 자연계열 진학도 고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자사고가 뜬다
그동안 외고나 자사고 등 자체 시험을 치러 선발하는 고교 입시에서 외고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지만 자사고를 선호하는 학부모가 많아지고 있다.
동아일보사와 ㈜하늘교육이 지난해 4월과 올해 4월 실시한 ‘특목고, 자사고 입시설명회’에 참가 신청을 한 학부모(각각 4653명, 4976명)를 상대로 학교 선호도 조사를 한 결과 이런 경향이 뚜렷해졌다.
자녀를 자사고에 보내고 싶다고 응답한 학부모의 비율은 지난해 11.1%였지만 올해는 23.8%로 수치가 2배 이상 높아졌다. 반면에 외고를 선호하는 학부모는 지난해 62.9%에서 올해 50.1%로 줄었다.
학교별 선호도 조사에서도 자사고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조사에서 1.8%로 16위를 기록했던 전주 상산고는 올해 3위(7.8%)로 순위가 13계단이나 뛰었다. 지난해 27위(0.7%)였던 현대 청운고는 올해는 7위(3.0%)로 무려 20계단이나 올라갔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2위를 기록한 민족사관고의 선호도도 8.0%에서 11.1%로 높아졌다.
서울 대원외고는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지만 선호도는 지난해 20.9%에서 올해 16.3%로 떨어지는 등 외고의 선호도가 대부분 지난해보다 크게 낮아졌다.
특목고 입시 전문학원도 학부모의 이 같은 선호도를 반영해 올해 상산고반을 신설하는 등 자사고 대비반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대부분 학원이 자사고 가운데 민사고반만을 별도로 운영했다.
○ 자사고 대입 진학 실적 크게 향상
자사고 졸업생의 대학 진학 실적이 올해 크게 좋아져 수험생과 학부모가 자사고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신나는 공부’ 취재진과 하늘교육이 국내 외고와 자사고 36곳의 2007, 2008학년도 진학 실적을 조사한 결과 자사고의 명문대 합격률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산고의 경우 2008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SKY’ 대학에 합격한 학생의 비율이 54.7%(모집정원 360명 중 197명)였다. 이는 2007학년도 30.6%(110명)에 비해 24.1%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상산고는 올해 서울대에 36명(10.0%)을 합격시켜 서울대 합격자 비율만 보면 대원외고(16.9%)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다른 자사고의 2008학년도 이들 3개 대학 합격 실적을 살펴보면 △해운대고는 총 95명(진학률 39.6%)으로 8위 △현대청운고는 43명(23.9%)으로 15위 △포항제철고는 76명(16.7%)으로 18위를 차지해 상위 20개교 가운데 자사고 4곳이 이름을 올렸다. 전국의 외고는 30개교, 자사고는 6개교다.
해운대고와 현대청운고의 올해 서울대 진학률은 각각 5.4%, 5.6%로 대부분 1∼4% 선인 지방 외고보다 좋은 실적을 냈다. 국내보다 해외 대학 진학률이 높은 민사고는 지난해 졸업생 150명 가운데 83명(55.3%)이, 올해는 150명 가운데 81명(54%)이 해외 대학에 합격했다.
자사고 졸업생의 높은 의학계열 진학률도 자사고 인기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6개 자사고의 2008학년도 의예, 치의예, 한의예과 진학률은 전체 졸업생의 8.1%다. 해운대고가 졸업생 240명 가운데 44명(18.3%)으로 가장 많았고 상산고(14.7%) 현대청운고(9.4%) 광양제철고(3.4%) 민사고(3.3%) 포항제철고(2.6%) 등의 순이었다.
하늘교육 임성호 기획이사는 “서울시내 진학률 상위 10위 안에 드는 일반계고의 경우 2008학년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진학률이 12∼14%, 의학계열 진학률이 2% 이내인 점을 고려하면 자사고의 진학 실적은 눈부실 정도”라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6개 자립형사립고 의대,한의대,치대 진학률(단위:명,%) | |||
학교명 | 당시모집인원 | 2008학년도 | |
인원 | 비율 | ||
해운대고 | 240 | 44 | 18.3 |
상산고 | 360 | 53 | 14.7 |
현대청운고 | 180 | 17 | 9.4 |
광양제철고 | 385 | 13 | 3.4 |
민사고 | 150 | 5 | 3.3 |
포항제철고 | 455 | 12 | 2.6 |
합계 | 1770 | 144 | 8.1 |
서울 시내 진학률 상위 10위이내 5개 일반계고 의대,한의대,치대 진학률(단위:명,%) | |||
학교명 | 학생수 | 2008학년도 | |
인원 | 비율 | ||
D고 | 499 | 9 | 1.8 |
Y고 | 447 | 7 | 1.6 |
H고 | 426 | 5 | 1.2 |
H고 | 278 | 3 | 1.1 |
S고 | 456 | 2 | 0.4 |
합계 | 2056 | 26 | 1.3 |
특목고,자사고 선호도 학교별 순위(단위:%) | ||
순위 | 학교 | 비율 |
1 | 대원외고 | 16.3 |
2 | 민족사관고(지난해 2위) | 11.1 |
3 | 상산고(지난해 16위) | 7.8 |
4 | 서울과학고 | 6.5 |
5 | 한국외국어대부속외고 | 5.7 |
6 | 명덕외고 | 4.7 |
7 | 현대청운고(지난해 27위) | 3.0 |
8 | 대일외고 | 2.5 |
9 | 대전외고 | 2.3 |
10 | 대전과학고 | 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