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주부라고 밝힌 이 누리꾼은 'OO프로그램의 실체'라는 제목의 글에서 '출연자들의 태안 봉사활동 모습이 방송됐지만 실제로 그들은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위압적인 자세로 현장 분위기'를 망쳤다고 주장했다.
누리꾼들은 이 주부의 글을 퍼다 날랐고 제작진은 "허위 사실"이라며 경찰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 사이 10%대를 넘나들던 시청률은 2%대로 추락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주부'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인데다 올린 글의 내용도 거짓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떨어진 시청률은 끝내 회복되지 않았다.
'38세 중2 주부' 사건은 최근 인터넷을 통한 여론 형성 과정의 실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각종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실명제 원칙에 따라 글쓴이의 ID와 글을 올린 시각 등이 표시되지만 나이나 성별 등은 표시되지 않는다.
나이 성별 등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엄격히 보안이 유지되는 정보이기 때문에 수사기관만이 조회를 요청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연령대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게시판이나 댓글, 채팅 등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는 상대방이 '나와 비슷한 사람'일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다분히 '장난성' 글에 쉽게 넘어간다는 것이다.
3~19세 인터넷 이용자 수는 약 977만 명으로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지만 인터넷에 올린 글만 봐서는 나이를 짐작할 수 없다.
이번 '광우병 괴담'이 순식간에 퍼진 것도 '이성보다는 감성에 충실한' 청소년 누리꾼들이 '퍼 나르기'의 주축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한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현재 포털 사이트들은 욕설, 명예훼손 등만 아니면 누구나 허위 정보나 괴담을 올릴 수 있으며 이를 거를만한 제도적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