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보다 아이들이 더 걱정”

  • 입력 2008년 5월 7일 02시 54분


美 한인들 “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주 한인 단체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며 이성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뉴욕의 한인 공공정책위원회(위원장 이철우)가 5일 오후 뉴욕 플러싱의 한 한인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로 점심식사를 하면서 쇠고기 안전성 논란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美 한인들 “미국산 쇠고기 안전”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주 한인 단체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며 이성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뉴욕의 한인 공공정책위원회(위원장 이철우)가 5일 오후 뉴욕 플러싱의 한 한인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로 점심식사를 하면서 쇠고기 안전성 논란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학부모들 “막연한 불안감에 거리로… 학교서 정확한 교육을”

“일부 교사가 불안심리 자극해 혼란 심각

광우병 실상 제대로 알릴 계기수업 필요”

초중고교생들 사이에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광우병 관련 괴담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참여를 선동하는 문구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6일 학부모들이 광우병에 대한 특별수업을 촉구하는 등 교육당국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토론 과정 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려 죽는다’ 식의 유언비어가 학생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일부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심리를 자극해 혼란이 더욱 심각해졌다”며 “정부는 불안감이 더는 확산되지 않도록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미숙 학사모 대표는 “최근 학생들의 시위 참여 양상은 광우병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섞여 지극히 감정적”이라며 “교육당국이 학생들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민첩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사모는 홈페이지의 신고센터를 통해 일부 교사가 미국산 쇠고기에 관한 불안심리를 조장하는 행위에 대한 신고를 받고, 신고가 접수되면 이를 근거로 해당 학교와 교육청에 공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고교 1학년 자녀를 둔 김중선(50·회사원) 씨는 “아이에게 온 휴대전화 문자를 보니 ‘제2의 4·19혁명’이란 표현이 있어 깜짝 놀랐다”며 “아이들의 섣부른 판단을 지금 당장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임모(44·주부) 씨는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보다 아이들이 쉽게 자극돼 거리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 더 걱정스럽다”면서 “특히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 아이가 조종당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초등 6학년 아들을 둔 박모(43·자영업) 씨는 “TV 뉴스에서 한 여고생이 ‘왜 우리가 젊어서 죽어야 하느냐’고 근거 없이 말하는 것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며 “불안을 조장하는 언론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일 뉴라이트학부모연합 대표는 “지금이 바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이 전유물처럼 여겼던 계기수업을 해야 할 때”라며 “정부가 하루빨리 아이들이 알기 쉬운 자료를 만들어 일선 학교에 보급해 계기수업을 실시해야만 시위 참여를 선동하는 ‘광풍’을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이숙환 사무국장은 “중고교생들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정책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올바른 정보도 없이 무작정 나서는 것은 반대”라며 “학생들이 편향된 생각을 하지 않도록 정부의 정확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범이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아이들이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은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한데도 불구하고 수입하려는 정부의 태도 때문”이라며 “자기애가 강한 요즘 아이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나선 것이지, 조종세력이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중고생 유포 ‘5·17 휴교’ 문자 추적”

“학교 수업 막는 업무방해죄 적용 가능”

방통위 “특정인이 조직적 살포땐 위법”

■ 검경 ‘인터넷 괴담’ 수사

검찰과 경찰은 미국 쇠고기 및 광우병과 관련된 인터넷 괴담(怪談)이 사회적으로 용인할 선을 넘었다는 판단에 따라 법리 검토와 함께 사실상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어린 학생들에게 ‘17일 휴교 및 시위’를 선동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살포한 사람은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경찰은 살포한 주체를 밝혀 내기 위해 조만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통신자료를 조사키로 했다.

경찰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이번 사태의 한가운데에 중고교생들이 개입됐다는 점이다.

경찰청 양근원 사이버센터장은 6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와 관련해 학생들에게 ‘동원 휴교’ 문자메시지가 유포되고 있다”며 “판단력이 미숙한 학생을 상대로 한 행위라는 점에서 적극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광우병 논란과 맞물려 최근 중고교생들 사이에선 ‘5월 17일 전국 모든 중고등학교 휴교 시위, 문자 돌려주세요’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휴대전화를 통해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경찰은 이같이 휴교를 독려하는 문자메시지를 고의적으로 전파할 경우 학교 수업을 방해하는 업무방해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내사에 들어간 상태다.

경찰은 ‘광우병 괴담’ 등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각종 괴담에 대해서도 위법성이 있는지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하지만 내부에선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조항 적용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려면 개인에 대한 비방내용이 포함돼야 하는데 광우병 괴담은 개인비방이 아니다”며 “경범죄처벌법에도 유언비어 유포행위가 처벌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괴담이 전기통신기본법 등에 저촉되는지 법리검토에 착수했다.

전기통신기본법 47조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동원 휴교’ 등의 문자메시지가 대량으로 유포된 건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특정인이 휴대전화번호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조직적으로 살포했을 가능성도 있는데 이게 사실일 경우 통신가입자의 개인정보 유용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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