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2마리 폐사 닷새 뒤 AI 검역 의뢰
어린이대공원엔 5일 53만명 다녀가
《서울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해 방역당국이 대책마련에 나섰다. 또 강원도에서도 AI가 의심되는 닭 폐사가 발견되는 등 AI가 사실상 전국으로 확산됐다. 서울과 강원도에서 AI바이러스 또는 의심증상이 발견된 것은 지난달 1일 전북 김제시에서 AI 신고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 서울에서 첫 AI 발생…어린이대공원 등도 방역
농림수산식품부와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광진구청 청사 자연학습장에서 기르는 꿩과 닭, 칠면조 등이 잇따라 폐사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검사한 결과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AI 발병은 25건으로 집계됐다.
AI가 발견된 자연학습장 축사는 구청 청사 내에 설치돼 닭과 오리, 꿩, 칠면조 등 57마리를 관상용으로 키우던 곳이다. 방역당국은 남은 닭과 오리 등을 모두 도살 처분하고 인근 어린이대공원의 금계와 꿩 등 조류 10종, 63마리와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내 오골계 등 17종, 221마리를 도살 처분했다. 이들 동물원의 나머지 조류에 대해서는 소독과 출입통제 등 방역조치를 했다.
농식품부는 “어린이대공원은 해당 축사와 1.2km 떨어져 있고 역학적으로 관련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혹시라도 감염됐을 경우에 대비해 공원은 물론 인근 경동시장 등에 대해서도 출입통제와 소독, 예찰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 지역에서 민원인 등의 접촉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초등학교 앞에서 판매하는 병아리들도 AI 감염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아리 기르기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강원도에서도 AI 의심 증상이 발견됐다.
이날 방역당국과 강원도에 따르면 춘천시 사북면 오탄리 2개 농가에서 4일 닭 73마리 가운데 56마리, 오리 10마리 가운데 2마리가 폐사했다. 간이검사 결과 AI 양성반응을 보여 수의과학검역원이 정밀검사를 시작했다.
방역당국은 주요 도로에 방역검문소를 설치하고 닭과 오리 사육농가의 출입차량 등을 파악해 소독을 했다.
최근 AI의 확산은 주로 재래시장을 통한 소규모 거래에 따른 것이어서 방역당국이 감염 경로를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 폐사한 꿩은 지난달 24일 경기 성남시의 가축 재래시장에서 구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인근 건국대 호수에 야생오리가 살고 있는 점에 비춰 이들을 통해 전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방역 당국의 설명이다.
강원도의 AI 의심 증상도 재래시장 또는 소규모 판매상이 유통 경로로 꼽혀 감염 경로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 의심증상이 발견된 농가의 이웃 농가 가금류도 검사 결과 모두 AI 음성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유입 경로를 추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꿩 2마리 폐사 닷새 뒤 AI 검역 의뢰
어린이대공원엔 5일 53만명 다녀가▼
서울 광진구가 청사 자연학습장에서 꿩 2마리가 죽고 5일이 지난 뒤에야 조류인플루엔자(AI) 검역을 의뢰해 ‘늑장 대처’ 지적을 받고 있다.
광진구청에서 1.2km 떨어진 어린이대공원은 AI 감염사실을 뒤늦게 알아 관람객 일부가 AI에 감염된 가금류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
광진구는 가금류와 접촉했다고 보이는 시민과 공무원은 혈청검사를 하기로 했다.
구청은 성남 모란시장에서 사온 꿩 2마리가 죽은 사실을 지난달 28일 알았다. 야생에서 살던 꿩이 우리에 갇혀 적응하지 못했다고 추정했다.
사흘 뒤인 1일 칠면조 1마리가 죽자 구청은 지역 동물병원에 AI 감염 여부를 의뢰했다.
이 병원은 AI 검역 능력이 없었지만 “외관상 AI 증상이 없어 자연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꿩이 죽었을 때는 AI 의심 사례가 전국적으로 50건 이상 접수된 상황이었다.
구청은 2일 금계 1마리, 3일 닭 1마리가 더 죽자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검역원은 5일 오후 3시 반 서울시에 AI 징후가 유력하다고 통보했고 오후 9시 10분에는 감염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
어린이대공원은 5일 오후 5시경 서울시를 통해 이 소식을 들었다. 어린이날을 맞아 이미 53만여 명이 입장한 뒤였다.
대공원은 6일 0시부터 2시간 동안 금계와 꿩 등 조류 63마리를 도살 처분하고 나머지 조류를 소독했다.
차량 출입을 이때부터 막았지만 조류가 있는 지역을 빼놓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경고문은 붙이지 않았다.
광진구청에서 10km 이상 떨어진 과천 서울대공원도 같은 시간에 오골계 등 17종 221마리를 도살 처분했다.
서울시는 초등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도 AI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앞으로 판매를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영상 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