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100명 촛불집회 만류 나서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촛불이 아니라 연필입니다.”
7일 오후 6시경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 최미숙 상임대표는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현장을 돌아다니며 중고교생들을 만나고 있었다. 최 대표는 “미국산 쇠고기 개방과 관련한 학생들 대부분의 지식이 너무 단편적이다”라며 “이 사안과 관련된 공부부터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사모는 6일 열린 촛불집회 때부터 100명의 학부모로 구성된 ‘안전 감시단’을 가동하고 있다. 회원을 50명씩 2개조로 나눠 당시 청계광장과 여의도에서 열린 촛불집회 현장에 보내 집회에 나온 중고교생들을 귀가시켰다.
7일은 정규수업 기간이었고 비도 내려 촛불집회 현장을 찾은 중고교생은 많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 참석한 사람은 500여 명에 불과했고 이 중 약 100명이 중고교생이었다.
그러나 최 대표를 포함한 안전 감시단은 집회 시작 1시간 반 전부터 현장을 돌아다녔다.
이들은 집회 현장에 나온 중고교생들을 상대로 그냥 “집에 돌아가라”고 윽박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쟁점에 대해 즉석 토론을 벌여 자연스럽게 귀가하도록 유도했다.
최 대표는 이날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기본적인 지식을 집중적으로 물어봤다. 그러나 아이들 대부분은 ‘미국산 쇠고기=광우병 쇠고기’란 논리를 폈고, 일부는 최 대표가 ‘한국경제의 개방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자 “처음 들어 보는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중고교생은 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며 “정말요?” “몰랐던 내용이에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일부는 촛불집회에 참석하려던 발길을 되돌리거나 “금방 갈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미국산 쇠고기도 검역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광우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과 개방이 꼭 필요한 한국경제의 구조에 대해선 대부분의 중고교생들이 ‘학교에서 안 배웠고, 선생님이 말하지 않은 내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6일 열린 촛불집회 도중에 ‘이건희 면죄부’ ‘대학 자율화’ 등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이 없는 내용이 등장하고, ‘한나라당을 몰아내자’ 같은 정치 구호가 나올 땐 학생들 중 일부가 자리를 떴다. 이들은 자리를 뜨면서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광우병 쇠고기인데 왜 집회에서 광우병 쇠고기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최 대표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정식으로 이번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아이들이 종합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계기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며 “학교에서 일부 교사의 잘못된 교육으로 아이들이 한쪽 의견에만 편향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美 내수용-수출용 따로 유통 주장 사실무근”▼
미국에서 쇠고기 도매업이나 정육점을 하는 한인들은 최근 한국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괴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뉴저지 주 포트리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윤미준 씨는 6일 “지난달 포트리 일부 지역에 1시간가량 정전이 된 적이 있다”며 “그러자 바로 시 위생담당 공무원이 전화를 걸어와 ‘전기가 끊긴 동안 어떤 조치를 했느냐’며 상세히 조사했다”고 소개했다.
그만큼 쇠고기 유통 과정에 대한 당국의 점검이 철저하다는 것이다.
뉴욕 헌츠포인트 육류도매시장에서 맨해튼 델리(식료품과 함께 간단한 음식을 파는 가게)에 쇠고기와 닭고기를 공급하는 조진호 제이미트고기도매 대표도 인터넷에서 떠도는 미국 쇠고기 의혹들에 대해 “10년 넘게 일해 왔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맨해튼 델리는 대부분 한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한인들이 주요 고객”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쇠고기를 공급하면서 광우병이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형 쇠고기도매회사를 운영하는 김원호 워너미트 대표는 5일 뉴욕한인회관에서 열린 쇠고기 관련 공청회에서 “미국에서도 간혹 쇠고기 리콜이 있지만 이는 주로 갈아놓은 쇠고기이며, 리콜을 하는 이유도 식중독 우려 때문이지 광우병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엄격한 위생관리를 하는 내수용 쇠고기’와 ‘위생관리를 대충하는 수출용 쇠고기’가 따로 있다는 일부 누리꾼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전혀 다르다. 정부가 그렇게 지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