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울수록 빚만 늘어나니 어찌 사나”

  • 입력 2008년 5월 8일 20시 29분


"소를 키울수록 빚만 눈 덩이처럼 늘어가니 어찌 살것소."

8일 오전 5시 전남 화순군 화순읍 다지리 우시장. 송아지를 데리고 나온 농민들의 얼굴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시장에는 아직 출하할 때가 안 된 3개월짜리 소도 눈에 띄었다.

미국산 쇠고기 논란 이후 처음 열린 이날 우시장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거래가 간간이 이뤄졌다.

이날 우시장에 나온 송아지 123마리 중 105마리가 팔렸다. 한 달 전만 해도 팔리지 않는 송아지를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안 팔리는 송아지 수가 크게 늘었다.

값도 암송아지(160㎏ 기준)가 140만 원, 수송아지가 160만 원으로 한 달 전 보다 20만원 정도 떨어졌다.

송아지 4마리를 끌고나온 박모(58·보성군 복래면) 씨는 값이 맞지 않아 결국 4마리를 집으로 도로 끌고 갔다.

박 씨는 "암송아지는 마리당 175만 원을 받아야 하는데 30만 원 이상 손해보고 어떻게 팔겠느냐. 광우병 파동으로 한우 소비가 줄고 가격이 폭락해 영세 농가는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지었다.

광우병 괴담의 여파로 한우 가격마저 떨어지는 데다 천정부지로 뛴 사료 값은 한우 농가를 더욱 힘들게 한다.

25㎏들이 사료 1포대가 지난해 6000원 선에서 올해 1만 원 대로, 볏짚도 5t트럭 1대분이 100만 원 선으로 2년 만에 배 이상 올랐다.

강원 횡성군에서 한우 140마리를 키우는 김일섭(48) 씨는 "송아지를 들여와 2년 이상 키우면 사료비 축사관리비 약품비로 500만 원 이상 든다"며 "450만 원대에 팔면 앉아서 손해 보는 짓이므로 차라리 사육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전국 한우(220만 두)의 21%를 사육하는 경북 농가도 걱정이 태산이다.

군위군 효령면에서 300마리를 키우는 전영환(57) 씨는 "35년 째 한우를 키우지만 지금이 가장 힘든 것 같다. 벼랑 끝에 선 축산 농가를 살리고 한우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배 전국한우협회 광주전남도지회장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올 이달 말에 비하면 지금 한우가격 하락은 아무것도 아니다.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사료 값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화순=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횡성=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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