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덕-혼인제 유지 위해 존치를”
“간통을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가족생활을 보호하고 간통의 사회적 해악을 막기 위한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
8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선 간통죄(형법 241조)의 위헌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웠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이공현 재판관)가 간통죄 위헌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을 연 자리였다.
간통죄 위헌소송에 대한 헌재의 공개변론은 1990년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헌재는 이미 1990년, 1993년, 2001년 세 차례에 걸쳐 간통죄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 쟁점=이날 대심판정에서는 위헌론과 존치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위헌 심판 신청인 측 대리인들은 간통죄 위헌 주장을 펼쳤고 한상대 법무부 법무실장은 법무부 장관을 대리해 간통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핵심 쟁점은 간통죄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신청인 측은 “간통을 형벌로 처벌하는 것 자체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간통죄는 애초 입법 취지와 달리 혼인관계가 깨진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복수를 하거나 이혼소송에서 수사기관의 힘을 빌려 배우자의 잘못을 입증하려는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법무실장은 “간통죄는 선량한 성도덕과 가족생활을 보호하고 간통으로 인한 사회적 해악을 막기 위한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의 본질적 측면을 침해하지 않는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관들 깐깐한 질문=조대현 재판관은 한 법무실장에게 “간통죄는 혼인 보호 취지를 담고 있다면서 이혼 소송을 제기하거나 혼인관계를 끝내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혼인제도 보호라는 취지에 맞는 것 아닌가”하고 질문했다.
조 재판관은 간통제 폐지론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최병문 상지대 교수에게는 “성매매 역시 성적인 자기결정에 따른 행동이고 간통도 성적 자기결정에 따른 행동이라면 성매매는 처벌하는데 왜 간통은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동흡 재판관은 한 법무실장에게 법무부가 간통죄 폐지를 검토한 적 있는지 물었다.
한 법무실장은 “1992년 간통죄 폐지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가 국민여론이 좋지 않아서 법정형을 완화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통과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참고인들 의견 다양=김일수 고려대 교수는 “간통은 성적 의사결정의 자유를 오남용하는 것이며 질서와 안정을 해치는 유해 행위”라고 간통죄 존치론을 지지했다.
반면 최병문 교수는 “간통은 결코 바람직한 행위라고 보지 않지만 형벌권이 개입할 범죄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론을 폈다.
헌재는 간통죄 위헌소송 4건을 병합 심리하고 있다. 여기에는 탤런트 옥소리 씨가 위헌 심판을 신청한 사건도 포함돼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