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말하는 ‘광우병 진실’

  • 입력 2008년 5월 9일 02시 59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광우병과 쇠고기의 안전성’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광우병과 쇠고기의 안전성’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소속 과학자들이 8일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인간광우병 관련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K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소속 과학자들이 8일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인간광우병 관련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KIST
“광우병 통제 가능… 5년뒤엔 사라져”

“잠복기 염두 두고 안전성 따져봐야”

2000년 이후 인간광우병 발병 크게 감소

‘광우병 쇠고기’ 유통 가능성은 거의 없어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8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광우병과 쇠고기 안전성’ 토론회에서 의학계 및 과학계의 전문가들은 최근 사회 일각에서 확산되고 있는 ‘광우병 괴담(怪談)’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인터넷을 통해 떠도는 이야기들이 상당수 오해와 과학적 근거 없는 낭설에 속한다”며 차분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참석자는 “잠복기가 최소 10년, 최대 40년이 넘는 인간광우병은 아직 한 사이클이 지나지 않았다”면서 “지나친 우려는 금물이지만 혹시 있을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한 안전성 분석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학기술한림원은 이날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이번 토론회는 정책이나 여론과는 무관하게 순수하게 학문적 관점에서 광우병 논란을 다루겠다”고 말했다.

○“광우병은 통제되는 질병”

이영순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광우병은 1993년 정점에 이른 뒤 현재는 충분히 통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광우병은 1972년 소의 뼈와 고기 등을 소의 사료로 쓰기 시작한 후 1985년 들어 발생했고 1988년부터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면서 광우병도 줄어들었다. 인간광우병 역시 소의 광우병과 7∼10년의 시차를 두며 2000년 이후 크게 줄고 있다. 이 때문에 이 교수는 “5년 뒤에는 광우병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광우병이 인간광우병으로 번지지 않으려면 특정위험물질(SRM)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지적했다. 그는 “사람이 광우병 소의 변형프리온 단백질을 다량으로 먹어야 인간광우병에 걸린다”며 “변형프리온은 뇌(64%)를 비롯해 척수(25.6%), 등배신경절(3.8%) 등 SRM에 99% 이상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SRM을 제거한 고기는 안전하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광우병은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소에게 소를 먹이는 공장식 사육체제를 도입하면서 천벌이 온 것”이라며 “앞으로 가축을 밀집해 기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터넷 낭설 경계해야”

이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광우병 관련 낭설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 견해를 나타냈다.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는 “일반적인 유통 경로에서는 SRM을 제거한 쇠고기는 위험하지 않다”며 “광우병이 발병한 쇠고기가 유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에서 추출한 화장품이나 약품 재료가 광우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중복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화장품에 사용되는 우지(牛脂)에 포함된 단백질 함량은 국제적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며 “최근 세계적으로 광우병 발생률이 줄면서 우지 성분이 인간광우병을 유발할 염려는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 “광우병이 한창일 때인 1980, 9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육골분(소의 뼈 성분)을 수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사료가 아닌 본차이나(뼈 성분을 넣은 그릇)를 만드는 데 쓰였다”면서 “이로 인해 사람이 광우병이 걸렸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고 했다.

양기화 대한의사협회 연구위원은 “한국인의 94%가 병원성 프리온에 약한 MM 유전자형을 갖고 있다고 해서 40%인 영국인보다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2.3배 높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광우병을 억제하는 또 다른 유전자가 영국인에 비해 많다는 결과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했다.

연세대 의대 신동천 교수는 “광우병은 병원성 프리온에 노출된 때를 전제로 하며 확률적으로 수천만 분의 일에 불과하다”면서 “국민에게 큰 혼란을 일으킨 이유는 위험이 일어날 확률과 그 규모를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광우병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감이 형성되고 있는 가장 큰 까닭이 위험 예측 시스템의 부재(不在)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유전자 하나로 질병취약 단정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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