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무원’ 정운천

  • 입력 2008년 5월 9일 02시 59분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인사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인사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한미 협정문 사실관계도 답변못해 사퇴 압박

3野 해임건의안 합의… 강행 여부는 불투명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 3당은 8일 원내대표 회담을 열고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5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야 3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쇠고기 재협상 촉구 결의안과 국정조사 추진에도 합의했다.

야 3당 소속 의원은 국회 재적 291명의 과반인 151명이어서 이론적으로는 정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문제가 없지만 정부 출범 초기라는 점이 부담이다.

당초 선진당은 장관 해임건의안에 반대했으나 쇠고기 청문회에서 정 장관의 대응 태도를 지켜본 후 찬성 쪽으로 선회했다. 실제로 정 장관은 국회 답변 과정에서 한미 협정문 내용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여러 차례 드러나 야당 의원들로부터 면전에서 “사퇴하는 게 낫겠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이목희 의원은 ‘재협의 요청’과 관련한 한미 협정문 25조에 대해 물었으나 정 장관이 아무런 답변을 못하자 “이걸 모른다는 말씀이냐. 큰일났다.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장관은 “취임한 지 70일 됐다. 4800만 국민의 먹을거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사퇴 요구를 비켜갔다.

야당 의원들은 정 장관이 ‘약한 고리’라는 점을 간파하고는 모든 질문을 그에게 집중하는 전략을 폈다. 정 장관이 답변을 머뭇거릴 때마다 농림부 공무원들이 조언을 하거나 답변 메모를 건넸지만 야당 의원들은 “장관이 소신껏 직접 답변하라”며 다그치는 장면이 몇 차례 목격됐다.

한나라당 내에도 정 장관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많다. 정 장관으로는 야당을 설득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역부족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 의원은 8일 “그가 답변대에 서면 조마조마하다. 어떻게 기본적인 사실조차 모를 수 있느냐”며 “정 장관으로는 힘들겠다고 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쇠고기 문제와 관련한 청와대 참모의 인책은 없다고 밝혔지만 이 원칙이 내각에도 적용될지는 알 수 없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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