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순 서울대교수“호흡-피부접촉-침으로 전염되는 질병 아니다”
신희섭 KIST센터장“한국인 취약 주장 논문 인간광우병과는 무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 이후 우리 사회 일각에서 확산된 ‘광우병 괴담(怪談)’에 대해 의학계 및 과학계 전문가들이 “근거 없는 과장이 많다”는 과학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다.
이영순(인수공통질병연구소장)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 ‘광우병과 쇠고기의 안전성’ 토론회 주제발표를 통해 “동물성 사료를 규제한 뒤 광우병 발생이 세계적으로 급격히 줄고 있으며 5년 뒤에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광우병의 원인이 되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의 99.87%는 뇌, 척수, 소장 끝부분 등 특정위험물질(SRM)에 있다”며 “이를 제거한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인간 광우병은 호흡이나 피부 접촉, 침 등으로 전염되는 병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SRM이 제거된 쇠고기는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다만 독일에서 28개월 된 소에서 광우병 발병이 보고된 바 있으며 유럽에서는 24개월 이상 된 소를 도축할 때는 광우병 감염 여부를 모두 조사한다”며 ‘30개월 미만 소는 모두 안전하다’라는 시각에는 다소 의문을 표시했다.
또 ‘1호 국가 과학자’인 신희섭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경과학센터장 등 KIST 소속 과학자 10명은 이날 KIST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신 센터장은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리기 쉽다는 논란은 한림대 김용선 교수의 논문에서 시작됐으나 이 논문은 인간광우병인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이 아니라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sCJD)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MM형 유전자가 sCJD의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며 “유전자 하나로 특정 질병에 약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명희 프로테오믹스 이용기술개발사업단장도 “MM형 유전자가 vCJD에 취약하다는 것은 영국인에 대한 연구 결과일 뿐”이라며 “영국 외에서는 어떤 통계적인 결론을 내릴 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sCJD는 60세 이상에서 걸릴 수 있는 병으로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일으키는 질병이지만 광우병 쇠고기와는 관련이 없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이정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sunrise@donga.com
▼“세게 훈련했는데 또 바꾸나”
李대통령, 쇠고기 문책 반대… 與, 국정쇄신 건의키로▼
이명박 대통령은 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 정부의 대응 방식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지적과 함께 제기되는 청와대 라인의 문책성 개편론에 대해 “이번에 세게 훈련했는데 또 바꾸느냐”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바꾸면 또다시 (훈련)해야 할 것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전날 자신의 ‘국민 건강 위협 시 쇠고기 수입 즉각 중단’ 발언과 관련해 “어느 나라가 자기 국민에게 해로운 고기를 사다 먹이겠느냐. 미국이 강제로 먹이겠느냐, 국민이 사먹겠느냐”면서 “약속하면 지킨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8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는 민심 이반과 국정운영 난맥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 전반적인 국정운영 쇄신책을 이 대통령에게 공식 건의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의원들을 상대로 국정 쇄신책을 모은 뒤 13일경 내부 검토를 거쳐 청와대에 전달할 방침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