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모임 정관 “이명박 당선무효가 1차 목적”

  • 입력 2008년 5월 9일 02시 59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카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자극적으로 표현하거나 쇠고기와 무관한 주제를 올리기도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카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자극적으로 표현하거나 쇠고기와 무관한 주제를 올리기도 한다.
쇠고기 이슈 이전부터 ‘안티카페’ 운영해와

숭례문 화재땐 “당선자 책임지고 물러나라”

■ 촛불집회 주도세력은

서울 청계광장과 여의도에서 네 차례 열린 촛불시위를 주도한 온라인 모임들은 순수하고 자발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 단체임을 자처해왔다.

하지만 일부 모임은 광우병 파동 이전부터 다른 정치적인 행동에 참여했다. 몇몇 운영진이 특정 정파와 관련돼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다른 시민단체와 달리 이들은 온라인 모임으로 출발해 실명보다는 인터넷 대화명으로 활동해 운영진의 인적사항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온라인 모임들은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 정당·단체가 6일 출범시킨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에 합류했다.

온라인에서 촛불집회를 주도해온 모임이 기존 오프라인 진보세력과 결합하는 양상이다.

○ 촛불집회 주도세력 정치적 목적은 따로

광우병 관련 촛불집회에 불을 댕긴 ‘2MB 탄핵투쟁연대’는 창조한국당 당직자인 강모(ID 대한청년) 씨가 대선기간인 지난해 12월 19일 개설한 인터넷 카페다.

이들은 2월 16일 만든 정관 2조에서 ‘본 카페는 이명박 당선자의 당선무효를 일차 목적으로 한다’고 운영 목적을 밝혔다.

이에 따라 강 씨 등은 카페 개설 5일 만인 지난해 12월 24일 이름을 ‘이명박 특검 철저수사 촉구를 위한 국민행동’으로 바꾸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숭례문 화재를 연결시켰다.

숭례문이 불에 탄 지 이틀 뒤인 2월 12일 카페 운영자는 ‘국보 1호 숭례문의 전소에 대한 안티 이명박 카페의 입장’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명박 당선자는 서울시장 시절 2006년 숭례문 개방을 문화재청의 거듭된 반대에도 개방한 책임이 있다. 무분별한 시대착오와 독재 차원의 전시행정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내용이다.

카페 회원들은 당시에도 당선 무효를 위한 촛불집회를 열었다. 전·현직 카페지기는 모두 창조한국당원이다.

설립자인 강 씨가 “정치적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겠다”며 물러난 뒤 카페지기를 맡은 한모(45) 씨도 창조한국당 당원으로 확인됐다.

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촛불집회를 따로 열었던 미친소닷넷도 특정 정파에 대한 성향이 짙다고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카페 운영자인 백모(30) 씨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민노당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백 씨가 처음부터 미친소닷넷을 기획하지 않았고 뒤에서 돕는 진보단체가 따로 있을 것으로 본다.

○ “감성 자극해 촛불을 살리자”

국민대책회의는 9일 개최할 촛불집회를 콘서트와 공연 형식의 대형 이벤트로 만들 예정이다.

2, 3일 촛불집회에 최고 1만여 명이 참석했지만 7일에는 참석 인원이 500여 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날은 비가 온 데다 촛불집회가 문화제에서 정치집회로 변질됐다는 비판과 중고교의 중간고사 기간이 끝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주최 측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유대감 또는 결속력이 좋은 10, 20대를 집회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미친소닷넷 카페지기인 백 씨는 ‘국민대책회의 토론내용’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회자는 저명인사가 했으면 좋겠다. 후보자는 권해효 문소리 박철민 노정렬 최광기 등을 섭외해보자”고 적었다.

‘문화공연도 윤도현 밴드를, 아주 열심히 활동 중이신 나눔문화 단체에서 섭외하겠다고 합니다’라는 문구도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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