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대학생 어디 갔나=최근 촛불집회에서는 집회의 주축인 대학생 특히, 운동권 학생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등에서 동원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1200명 정도이다. 하지만 최근 집회 현장에선 이들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경찰 관계자는 "촛불집회는 자발적인 시민참여가 핵심인데 운동권이 전면에 나서게 되면 시민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어 소속을 감추는 것 같다"며 "집단적으로 참석하지 않고 군중 속에 흩어져 참석하고 집회 후에도 조용히 해산한다"고 말했다.
일반 대학생들은 대학 축제, 중간고사 기간과 맞물린 데다 취업준비로 여념이 없어 아예 관심이 없다.
연세대 사회과학계열 김수진(20·여) 씨는 "지난주까지 중간고사 기간이었고 이어서 축제모드로 돌입했다. 학생회에서 촛불집회에 참가하자며 대자보를 붙여도 눈길 주는 학생이 없다"고 말했다.
서강대 영문학과 유모(26) 씨도 "요즘은 1학년 때부터 학점 관리에 매달린다. 그나마 복학생 정도가 학생운동의 추억이 있겠지만 취업시즌이 다가오는데 누가 촛불집회에 나가겠냐"고 말했다.
▽여학생들의 촛불집회=상황이 이렇다보니 촛불집회 참석자의 60% 이상은 중·고등학생이다. 그 중에서도 여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집회에 나온 한 여고생은 "학교에서도 남자애들은 관심이 없다. 여자애들이 광우병 얘기도 많이 하고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디지털 부머(boomer)' 즉, '디지털 오빠부대'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오빠부대와 비슷한 행동양상을 보인다. 문자메세지 등을 이용하고 함께 뭉쳐 참여하는 것도 비슷하다. 여학생이 잠재적이고 추상적인 부분에 민감하다보니 연예인에 빠지듯 광우병이라는 인터넷 이슈에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집회가 감성적으로 진행되고 연예인 팬클럽이 대거 동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대 심리학과 현명호 교수는 "여학생이 죽었다고 하면 남학생들이 관심을 갖겠지만 쇠고기라는 일상적 소재는 관심거리가 못 된다. 주부들이 이번 집회에 많이 눈에 띄는 것도 사안 자체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색 감추려 깃발도 사라져=집회의 상징인 깃발도 모습을 감췄다.
경찰은 "정치 집회로 변질되면 불법집회로 사법처리 될 수 있기 때문에 집회 주최 측에서 깃발이나 구호를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치색을 걷어내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9일 집회를 연 국민대책회의 측은 이날 행사 사회를 개그맨에게 맡기고 연예인을 동원해 문화제 성격을 극대화했다.
경찰 관계자는 "7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500명 정도만 참석했는데 주최 측의 정치성이 문제가 돼 시민들의 외면을 받았던 것"이며 "정치성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집회를 이벤트화했다"고 설명했다.
신광영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