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싱크탱크 '희망제작소'의 상임이사로 퇴직자들의 '제2 인생'을 위한 '행복설계 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박원순 변호사는 "대한민국에서 50살 이상의 인력들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첫 수강생을 뽑은 행복설계 아카데미는 퇴직자들이 은퇴 뒤 어떤 일을 해야 할 지를 구상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박 변호사가 행복설계 아카데미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 당시 독일을 여행하다 만난 노년의 박물관 직원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부터다.
공직에서 은퇴한 뒤 한달에 1유로만 받고 사회봉사 활동을 하며 노년을 보내고 있는 '1유로 맨'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은 것.
박 변호사는 "'맞아. 저렇게 살아야 해'라는 말이 그냥 나왔다"며 "IMF 환란을 계기로 40대 중반이면 회사에서 물러날 걱정을 해야 하고, 물러나면 할일 없이 지내야 하는 한국 직장인들의 삶을 바꿔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시니어(50세 이상)'들은 전쟁, 민주화, 경제성장, IMF 환란과 극복을 모두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라며 "산전수전 다 겪은 이 세대의 지식과 지혜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무엇보다도 체계적인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장에서 일하는 것만 배웠던 사람들에게 은퇴 뒤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한다는 것.
박 변호사는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유나이티드테크놀러지스의 경우 20, 30대 젊은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은퇴 뒤 삶을 구상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한국 기업들도 각자 자기 특성에 맞게 은퇴 뒤 직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복설계 아카데미에 참여한 시니어들 대부분이 '막연했던 퇴직 후 삶을 어떻게 꾸며야 할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고맙게 여긴다"며 "다른 비영리민간단체(NPO·Non Profit Organization)와 기업들도 '해피시니어 운동'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NPO들도 이제 소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민운동=학생운동' 식의 생각은 바꿔야 한다"며 "은퇴자, 주부, 일반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 수 있는 '개미군단 운동'을 구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행복설계 아카데미와 관련된 상담 및 문의는 희망제작소 해피시니어 홈페이지(www.makehappy.org)나 전화(070-7580-8141, 8146)로 하면 된다.
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