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통계로 세상읽기]지금 무슨 책 읽고 있어요?

  • 입력 2008년 5월 12일 03시 01분


책읽는 한국인 10명중 6명, 그나마 한달에 한권 남짓

여러분은 지금 동영상을 보나요, 책을 읽나요?

‘하루의 독서는 천 년의 보배요, 백 년간 물질만 탐하는 것은 하루아침의 티끌과 같다.’

우리 선조들은 위와 같은 글귀로 책 읽는 것을 장려했다.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뜻의 ‘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이라는 글귀까지 남겼다고 한다.

멀티미디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책보다 인터넷, TV와 더 가깝게 지내고 있다. 그러나 멀티미디어계의 핵심 인물인 빌 게이츠조차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독서가가 되지 않고는 참다운 지식을 갖출 수 없다. 멀티미디어 시스템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영상과 음향을 사용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최선의 방식은 책이다. 나는 평일에는 매일 밤 1시간, 주말에는 3, 4시간씩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2004년 자료에 의하면 15세 이상 한국인 가운데 책을 읽는 사람은 10명 중 6명이며, 이들이 1년 동안 읽은 책은 평균 13.9권이다. 대체로 한 달에 한 권 정도 책을 읽은 셈이다. 그런데 이 독서 인구 비율은 1993년을 정점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터넷의 발달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우리의 독서환경도 그리 좋지 않다. 빌 게이츠처럼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이 도서관을 잘 찾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서관 수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을,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을 가보라’라고 이야기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위한 도서관은 그리 많지 않다.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도서관 수는 1만1839개이다. 이 중 1만 개 정도가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도서관이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은 1100개 정도다. 이 중 공공 도서관은 500여 개밖에 안 된다. 국립 도서관을 포함한 공공 도서관이 500개 정도인 우리에 비해 이웃 일본은 다섯 배인 2585개, 영국은 10배인 5352개, 가장 많은 미국은 1만426개다. 인구 대비로도, 영국은 1만1000명당 하나, 미국은 2만6000명당 하나인 데 비해 우리는 9만6000명당 하나꼴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작은 도서관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초중고교에서도 도서실을 운영하고, 지하철이나 집에서도 도서실을 꾸민다. 책과 경쟁하는 것이 TV라는 점에서 ‘TV 안 보기 운동’이나 거실을 도서관으로 꾸미려는 노력은 어렵지만 매력적인 일이다. ‘책이 없는 집은 문이 없는 감옥과 같고, 책이 없는 방은 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는 키케로의 표현처럼 책은 바로 세상과 소통하는 중요한 통로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지난 몇 세기에 걸쳐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라는 데카르트의 말까지 새겨보면 거실을 도서실로 바꾼 집은 가장 훌륭한 사람과 함께 세상을 품고 사는 집이라 하겠다.

파피루스로 종이를 만들었던 고대 이집트는 세계 최초로 책을 보관하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만들었다. 이 도서관은 아르키메데스에게 부피 개념을 발견하고 “유레카!”라고 외칠 수 있는 기초 지식을 주었으며, 유클리드 기하학을 가능하게 했다. 오늘도 도서관은 우리에게 다양한 지혜를 주는 공간이다. ‘꿈꾸기 위해서는 눈을 감을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한다’라는 미셸 푸코의 말은 도서관과 그 안에 담긴 책이 인간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한다.

사람을 만나면서 나누는 인사말은 그 사회의 특징을 보여준다. 가난해서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했던 때에는 ‘식사하셨어요?’가 인사말이었다. 문화와 정보의 시대인 요즘, 인사말을 한번 바꿔보자. ‘요즘 무슨 책 읽나요?’라고. 이렇게 인사를 나누면 서로의 대화에서 문화의 꽃이 피고, 마음속에 지혜의 나무가 자라며, 우리 모두의 삶에 지식의 바람이 일지 않을까.

“당신,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나요?”

구정화 경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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