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파상 작품의 여주인공은 왜 모조 보석을 잃고 불행해졌을까
[소유와 존재]
○ 물질은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오는가
사람들이 꿈꾸는 행복한 삶의 조건에는 부 명예 사회적 지위 등이 포함된다. 과연 이러한 물질적 조건만 충족된다면 인간은 행복할 수 있을까? 모파상의 소설 ‘목걸이’에 등장하는 주인공 마틸다는 친구의 모조품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잃어버리면서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그녀는 한순간의 부주의로 자신의 젊음을 송두리째 잃는다. 이 작품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아무런 실용적 가치가 없는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그리고 인간은 왜 끝없이 물질을 소유하는 데 집착하는 것일까?
자기가 온갖 좋은 것, 값진 것을 누리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매일 매일의 구차스러운 살림이 고통의 연속일 뿐이었다. 초라한 집, 얼룩진 벽, 부서져 가는 의자, 누더기 같은 빨랫줄에 빨래가 널린 것까지 모두가 보기 싫고 괴로움의 씨앗이었다. 같은 계급의 다른 여자라면 그다지 마음 상하지 않을 그 모든 것이 그녀를 괴롭히고 부아를 돋우었다. (중략)
저녁을 먹을 때, 사흘이나 빨지 않은 식탁보를 씌운 둥근 식탁에서 남편과 마주 앉는다. 남편은 수프 그릇 뚜껑을 열며 기쁜 듯이 "야, 이 수프 맛있겠는데! 이보다 맛있는 건 세상에 없을 거야!"하며 큰 소리로 말한다. 그럴 때면 으레 그녀는 으리으리한 만찬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번쩍거리는 은 식기, 요정이 사는 숲 한가운데 이상한 새나 옛날이야기의 인물이 수놓아진 벽걸이, 고급 그릇에 듬뿍 담아 내놓는 산해진미가 있다. 송어의 빨간 고기나 기름진 병아리의 부드러운 날개를 입에 넣으면서 속삭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스핑크스처럼 신비한 미소를 띠고, 여성의 환심을 사려는 그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녀는 그런 광경이 떠올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나들이옷도 없고 장신구도 없고 뭐 하나 갖고 있는 게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그런 것뿐이었다. 그런 것을 위해 자기가 태어났다고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것,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 사람들의 화제의 대상이 되는 것, 이것이 그녀의 간절한 소원이었다.[모파상, ‘목걸이’] |
○ 소유가 곧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마틸다와 남편의 가치관을 파악할 수 있다. 남편은 수프 한 그릇에도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다. 반면 마틸다는 은(銀)식기와 산해진미에서 기쁨을 누린다. 그녀는 좋은 집, 비싼 가구, 나들이옷, 장신구 등을 끝없이 소유하고 싶어 한다. 자신이 그러한 소유를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소유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소유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그녀는 늘 불행하다.
마틸다는 소유에 집착하는 현대인의 단면을 드러낸다. 소비의 시대인 오늘날 현대인은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대신, 외면을 가꾸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을 진짜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소유가 곧 자신의 정체성을 만든다고 믿는 현대인들은 끊임없는 소유욕에 사로잡힌다. ‘물질 숭배와 과시적 소비’라는 현대사회의 대표적인 병리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 인간의 욕망은 결코 충족되지 않는다
슬라보예 지제크의 말처럼 후기산업사회는 ‘잉여쾌락이라는 욕망의 구조에 의해 유지되는 사회’다. ‘잉여쾌락’이란 욕망이 자신이 원하는 대상에 도달한 바로 그 순간 그것을 덧없게 만드는 욕망의 또 다른 부분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끊임없이 또 다른 욕망의 대상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결코 욕망을 충족할 수 없다.
(山僧貪月色) 산에 사는 스님이 달빛을 탐내어
(幷汲一甁中)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네.
(到寺方應覺) 절에 돌아와 비로소 깨달았으리.
(甁傾月亦空) 병을 기울이면 달도 따라 비게 되는 것을.
[이규보, ‘영정중월(詠井中月)’] |
이규보의 ‘영정중월’에서 달은 물질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달을 병 속에 함께 가져온 듯하지만 병의 물을 기울이면 달도 함께 없어진다. 손에 넣은 듯하지만 곧 빠져 달아나는 것이 바로 물질이다. 인간의 탐욕은 이리도 허망한 것이다.
오늘과 같은 경제난국에서 우리가 크게 각성할 일은 그 동안 소유와 소비 지향적인 삶의 방식에서 존재 지향적인 생활태도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 참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직위나 신분,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일이다. 우리들의 직위나 돈이나 재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따라 삶의 가치는 결정된다. (중략)
소욕지족(少慾知足). 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누리는 행복은 크고 많은 것에서보다 작은 것과 적은 것 속에 있다. 크고 많은 것만을 원하면 그 욕망을 채울 길이 없다. 작은 것과 적은 것 속에 삶의 향기인 아름다움과 고마움이 스며 있다.
[법정, ‘가난을 건너는 법’] |
김은정 ㈜엘림에듀 집필위원 엘림에듀 대치 직영학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