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LEET의 A to Z]논술 알고 들어가기

  • 입력 2008년 5월 12일 03시 01분


○ 논술의 정체 : 논술, 넌 누구냐?

논술이란 결과의 진술이 아닌 과정의 진술이다.

① 논술 심리를 알자

논술은 소통의 언어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는 자기 고백적 형태는 논술이 아니다.

흔히 내가 알고 있는 어휘를 남도 그렇게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흔한 ‘자유’라는 단어도 사람에 따라 자기식대로 정의하고 해설한다. 그것을 설명해주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면 남에게 오해받기 쉽다. 따라서 논술에는 사전적인 의미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② 내가 괜찮은 사람이란 걸 알리자

논술은 자신을 드러내는 글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괜찮은 인재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사회에 관심이 많고 의욕적인 애정이 넘치며 그에 걸맞은 능력을 갖춘 사람이란 걸 알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알고 있는 배경지식과 시사상식을 동원해 문제 해결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 LEET 논술 연습문제

1. 제시문 네 개를 둘씩 묶어 분류한 뒤 차이점을 중심으로 비교하라. (400∼500자)

2. 제시문 (가)와 (라)의 관점에서 제시문 (나)를 비판하라. (600∼700자)

<제시문 (가)>

소비자는 다른 소비자를 추월하고 싶어 한다. 소비 지상주의의 마약과 같은 도취감은 한 가지 욕구가 만족되면 더 큰 욕구로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 필요도 없는 상품을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손에 넣어 또 그만큼 빨리 처분함으로써 먼저 제조업의 배를 불려준 다음, 쓰레기 처리 사업을 살찌운다. 실제로 과식증은 오늘날 하나의 질병이 되었다. 소비 사회는 필요 이상의 음식을 빠른 속도로 먹어치우고 완화제의 힘을 빌려 빨리 배설한다. 신체의 시간은 또 다른 방식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더블린의 저명한 산부인과 의사는 매우 흡족해 하며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 병원에서는 분만 시간이 1963년에는 36시간이었는데 1968년에는 24시간으로 단축되었고, 마침내 1972년에는 12시간이 되었다.”

강탈 경제를 기반으로 한 근대성은 자연이 재생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약탈하고, 자연이 정화할 수 있는 속도 이상으로 오염시킴으로써 자연의 속도를 훨씬 추월하고 있다. R. 카슨은 ‘침묵의 봄’(1962)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상황을 창출하는 속도와 변화의 신속성은 자연의 신중한 속도보다도 오히려 인간의 충동적이고 무분별한 속도를 좇고 있다.”

속도 우선주의에 따라 수목(樹木)에서도 속성 재배 수목인 유칼립투스나 소나무 같은 단일 경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단일 작물 재배는 농사의 속도를 가속화시킨다. 참나무류 같은 ‘느린’ 나무들은 물리적으로 환경을 윤택하게 하지만, 유칼립투스 같은 빠른 나무는 토양의 수분과 영양분을 고갈시킨다. 또한, 단일의 원칙이 속도를 떠받쳐 주고 있다. 가령, 포드 자동차의 경우 조립 라인의 단순 작업을 통해 빠른 속도로 대량 생산된 자동차가 빨리 팔리고 빨리 운전된다.

― 제이 그리피스, ‘시계 밖의 시간’에서

<제시문 (나)>

제1법칙 ― 시간 도둑에 관하여

시간은 돈과 같다. 24시간 하루를 24억 원이라 상정해 보자. 그렇다면 1시간은 1억 원이 되며, 10분은 1500만 원의 가치가 있다. 누구든지 자기 은행 계좌에서 도둑이 돈을 빼 간다면 매우 화가 날 것이다. 그러나 시간 도둑(잡담, 텔레비전 시청, 불필요한 시간 보내기 등)이 와서 자기 시간을 빼앗는 것에 대해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여기 온 것은 ‘나 자신과 내 인생에 대해서 좀더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현재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자신이 삶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하찮은 것들의 노예가 되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은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간을 좀 더 효과적으로 관리하면 인생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물론 그건 사실이다. 그러나 한 가지 점에서만 그렇다. 자신에게서 좀더 많은 만족을 찾을 수 있는 진정한 해결책은 효율적인 시간 관리 이상의 것이라는 것. 아울러 목표는 적시성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지금 당장 할 시간이 없는 목표를 세워서는 안 된다. 또 너무 많은 시간을 주어 목표 자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고 마는 일도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40년 12월 31일까지 변호사 자격을 따겠다’는 목표는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하며, 행동 지향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러나 지금 당신의 나이가 마흔 다섯이라면 그것은 시의 적절하지 못한 목표일 뿐이다.

내가 당신에게 이 책을 읽고 이 책에서 말하는 10가지 자연 법칙대로 해 보라고 권하는 것은 그 법칙들이, 당신이 인생을 통제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간단한 아이디어다. 그것은 당신이 시간을 잘 이용하고, 우선순위가 매겨진 계획이 투자한 시간에 비해 최대의 성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당신의 에너지와 활동을 집중시켜 주는 도구와 같다. 이 원칙들을 잘 이용하기만 하면 생산성은 더욱 올라갈 것이요, 마음의 평화에 대한 보증 수표를 얻는 셈이 될 것이다.

― 하이럼 스미스,

‘성공하는 시간 관리와 인생 관리를 위한 10가지 자연 법칙’에서

<제시문 (다)>

구조 대장 M이 직면한 첫 번째 결정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남자의 아내에게 사건의 경위를 듣기도 전에 그는 남자에게 달려가면서 이미 진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는 흘러나온 피의 양을 가늠하며 동맥의 파열을 감지했고, 남자의 팔에 동여맨 행주를 보고 동맥의 부위를 알아차렸다. 그 다음엔 상처에 응급조치를 취하는 결정이 잇따랐다. 여기에 일말의 생각 같은 건 없었다. 가능한 한 빨리 상처에 단단한 압박을 가했다. 그러고 나서 보통의 경우라면 다른 부위에 상처가 없는지 살폈을 것이다. 목을 다쳤을 경우 부상자를 옮기는 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진단을 더는 하지 않았다. 남자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 확실히 눈에 보였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다른 부상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구조 대장 M은 피를 멈추게 한 후 들것에 남자를 옮겨 구급차에 싣도록 지시했다. 그는 가장 조심성이 필요한 들것 업무에 대원들 중 제일 힘이 센 대원을 지목했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대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구조 대장 M은 신속한 이동을 위해 그 대원의 힘이 이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으며, 그가 들것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구급차 뒤편까지 요령 있게 운반할 정도의 충분한 훈련을 받았다고 믿었다.

한 대의 구조 차량에는 운전사와 구조 대장이 탑승한다. 운전사는 지혈이나 환자를 운반하는 것은 할 수 있으나 다른 응급조치는 할 수 없고, 한 대의 차량에는 환자를 한 명만 태울 수 있다. 구조 대장이 한 명의 환자를 다른 이상이 없는지 검진하는 데 2분, 지혈에 2분이 소요된다. 또 운전사와 구조 대장이 같이 행동하여 환자를 구급차에 싣거나 내리는 데 2분이 걸리고, 사건 현장과 병원 사이를 차로 4분 걸릴 확률이 10%, 5분 걸릴 확률이 20%, 6분 걸릴 확률이 40%, 7분 걸릴 확률이 20%, 8분 걸릴 확률이 10%로 알려져 있다. 또 환자가 외상으로 인한 출혈 중 다른 이상이 있는지에 대한 검진 없이 바로 지혈을 하였을 때, 약 10%의 환자가 치명적 손상으로 사망한다.

<제시문 (라)>

근대의 농업·축산업·양식업에서는 ‘더 빨리, 더 많이’를 목표로 내걸고 가속화되는 산업 시간을 강요함으로써, 생물 본래의 시공간을 단축시키려고 애써 왔다. 예를 들어 양계장에서 사육되는 닭들은 한 평 공간에 스무 마리가 들어가 있고, 그들의 하루는 열두 시간으로 단축되어 있다. 북미에서는 보통의 연어에 비해 열 배나 더 빨리 성장하는 이른바 ‘프랑캔 새먼(유전자 변형 식품의 하나로, 유전자 변형 연어를 뜻함)’이 개발되었다. 속성 재배, 단일 재배, 과학 비료, 농약, 항생 물질, 호르몬제, 유전자 조작, 유전자 복제 기술…. 이러한 것들은 동식물이 본래 필요로 하는 시공간을 좁혀 산업의 가속화된 시간에 무리하게 짜 맞추려고 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생물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시간을 박탈했을 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생명은 혼란을 겪게 되며, 불안정해지고 열성화(劣性化)되며, 폭력적으로 될 것이다. 인도의 환경 사상가이자 활동가인 반다나 시바는 이러한 현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붙잡힌 동식물에게 일어나고 있는 것과 똑같은 일들이 실은 우리 인간 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슬로푸드(slowfood)란 먹거리를 통해 ‘기다리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것이다. 식탁에는 여러 다양한 시간들이 혼재해 있다. 흙 속의 무수한 미생물이 식물을 키우는 시간, 계절마다의 바람과 비, 벌레들의 시간, 비가 땅속에 스며들면 식물의 뿌리가 그것을 빨아들이는 시간, 지형이나 기후, 식생, 생물의 성장에 맞추어서 그에 따라 적절하게 베풀어지는 농부들의 시간, 그들의 삶과 리듬, 그리고 음식물이 도시로 운반되는 유통의 시간, 조리와 숙성의 시간, 그 먹을거리를 가족과 친구들이 둘러앉은 식탁에서 천천히 즐기는 시간, 또 그러한 음식은 제단에 바쳐지기도 함으로써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과의 시간과도 연결되어 있다.

상대가 자연이든 사람이든, 우리는 기다리고 기다리게 하는 일에 점점 더 서툴러지고 있다. 요컨대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일에 점점 더 서툴러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왜냐 하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기다리고 또 기다려주는 일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혹시 우리는 지금 남을 사랑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왜냐 하면, 기다림을 뺀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쓰지 신이치, ‘슬로 라이프’에서

□ 해설

① 제시문 비교형

제시문 (가)와 (라)는 속도에 대한 집착이 양적인 삶의 증대에 맞춰져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그로 인해 인간을 포함한 생물들은 열성화되거나 폭력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결국 속도는 발전을 가장해 인간 삶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반면, 제시문 (나)와 (다)는 시간의 효율적 사용을 역설하고 있다. 낭비되는 시간만큼 인생을 허비하는 것일 뿐 아니라 촌각을 다투는 일에서 시간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설명한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이런 인식의 차이는 궁극적으로 어떠한 삶이 바람직한가 하는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주어진 문제들을 빠르게 해결하면서 경쟁에서 앞서가는 삶이냐, 주어진 시간들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면서 여유롭게 살아가는 삶이냐’ 하는 인생의 지향점 차이가 시간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논술을 쓸 때는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를 덧붙여선 안 된다.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태도로 제시문의 필자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야 한다.

② 제시문 비판형

제시문 (가)는 속도 우선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더 빨리’를 최대의 미덕으로 여기는 삶은 결국 생태계를 파괴하고 삶의 진정한 의미를 잃어버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제시문 (라) 역시 시간에 대한 인위적이고 합리적인 관리와 이용이 생물과 인간 모두에게 사회적, 문화적인 혼란을 야기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그런 속도 중심의 사고를 버리고 느림의 가치를 실현해야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반해 제시문 (나)는 시간의 효율적 관리가 좀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준다고 역설한다. 즉 시간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더 많은 일을 성취할 것이며 그런 성취감은 행복한 삶으로 이어진다는 논리이다.

두 주장 모두 수긍할 만한 내용이지만 논제에서 요구하고 있는 조건이 (가)와 (라)의 견지에서 (나)를 비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켜야 한다. 자신의 견해와 상관없이 논제의 조건에 충실해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이 문제의 경우, 제시문 (나)의 한계를 중심으로 서술하면 된다. (나)의 글에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따라서 더불어 사는 사회여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결여돼 있다. 시간을 철저히 계획하고 합리적으로 관리해서 얻을 수 있는 성과는 오직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봤을 때 가능하다고 본다. 게다가 그 이익이란 것도 경제적 가치에 국한돼 있다. 이런 견해는 제시문 (라)에서 문제로 제기한 것처럼 사람과의 관계를 수단시하여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간과하게 만든다.

인간은 단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나)의 논리를 비판할 수 있다. 이 점을 충분히 부각시켜야 내용이 풍성해지고 논리도 탄탄해진다.

강영원 PLS 언어이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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