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LEET를 영역별로 살펴보아야 할 때입니다. 우선 논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현실을 고려할 때 논술은 전문대학원 입시에서 변별력의 초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영역입니다. 선다형 시험은 집중 훈련을 통해서 단기간에도 어느 정도 점수를 높일 수 있지만 논술은 단기적인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학생의 실력 차가 더 확연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공개되어 있는 예비 시험 문제를 보면 LEET의 논술과 대입 논술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넓게 보자면 제시문을 분석적으로 이해하는 능력, 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 그 내용을 창의적으로 적용하는 능력, 그리고 이해, 평가, 적용한 내용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학 졸업생 중 우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제시문의 수준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문항마다 평가의 목표가 더 뚜렷하다는 점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법학전문대학원에 뜻을 두고 있는 고등학생이라면 논술 학습을 단순히 대입 차원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멀리보고 접근해야 합니다.
올해 1월에 시행된 예비 시험 문제를 보면 논술영역은 비교적 잘 짜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모두 세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순서대로 보면 예비 시험 자료에서 제시했던 요약·종합, 논증 분석·추론, 논증 평가, 적용·발전 네 유형입니다. 그중 요약 종합형 한 문항, 논증 평가형 한 문항, 적용·발전형 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요약 종합형 문항 외 나머지 두 문항은 논증 분석·추론의 요소가 자연스럽게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네 유형 모두 골고루 출제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문항 중 앞의 두 문항을 시험의 전반부, 마지막 한 문항을 시험의 후반부라고 할 때 전반부와 후반부는 문항의 성격 및 역할에서 차이가 나면서도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시험의 전반부에 있는 두 문항은 정답의 범위가 좁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답이 존재하는 닫힌 문제이지만 후반부에 있는 세 번째 문항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열린 문제입니다. 물론 완전히 열린 문제는 아닙니다. 주어진 지문에서 필요한 내용을 추론해야 하며, 지문의 내용을 활용하고 적용해야 하는 조건이 주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답 없이 자신의 주장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는 전형적인 논술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문제가 이렇게 구성된 것은 한편으로는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창의성도 발휘하게 함으로써 평가의 폭을 넓히려는 배려로 볼 수 있습니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역할도 서로 다릅니다. 전반부의 두 문항은 LEET의 다른 영역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우선 요약 종합형 문제는 분석적 이해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언어이해를 보완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언어이해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수험생의 능력을 평가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선다형 문제들이다 보니 이해한 내용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지 평가하기 힘듭니다. 글로 쓰게 함으로써 정확한 평가가 되도록 보완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논증 평가 문제는 논증 분석 및 추리를 이미 포함하고 있으므로 추리논증을 보완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추리논증 또한 선다형 시험이며 비교적 단순한 논증으로 이루어진 지문을 대상으로 합니다. 두 번째 문항은 좀 더 깊이 있고 분석이 필요한 지문을 제시해 논증 분석, 추론 및 평가 능력을 제대로 평가합니다. 나아가 비판적 논증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후반부의 적용 발전형 문제는 일부 제한 요소가 있지만 제시문에 자유롭게 접근하게 함으로써 다른 영역이 평가하지 못하는 창의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평가하는 문제입니다. 나아가 학생의 가치관이나 인생관까지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문제는 평가 영역을 확장시키는 의미를 갖습니다.
이렇게 문항별로 기능이나 역할의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제시문의 핵심 내용을 이해하고 논증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능력은 단기간에 기술적인 대응으로는 갖출 수 없는 것입니다. 대학 생활 동안 가벼운 글이나 시사적인 글만 읽지 않고 고전이나 이에 버금가는 묵직한 글들을 내용을 따져가며 제대로 읽은 학생만이 갖출 수 있는 능력입니다. 다른 두 영역에서도 제시문 이해 분석 능력이 중요하지만 논술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다른 영역은 2, 3분에 한 문항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깊이 있게 따져야 할 지문을 내기 힘들지만 논술은 꼼꼼하게 따지면서 접근하는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의 제시문을 출제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적용 발전형 문항조차도 지문의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없이는 풀기 힘들도록 출제됐습니다. 결국 어떤 논술 시험보다 LEET의 논술은 전체적으로 깊이 있게 텍스트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전에 대한 폭넓은 독서가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