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1년생은 지난주까지 대부분 첫 중간고사를 치렀다. 이번 주에 속칭 ‘꼬리표’로 불리는 성적표를 받으면 희비가 엇갈린다. 중학교 때는 우등생이었지만 첫 중간고사를 망친 학생일수록 절망의 나락은 깊다. 실제로 이런 학생이 적지 않다. 고교 시절 12번의 중간 기말고사에서 한 번의 실패를 맛봤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11번의 기회가 남았다. 기말고사 성적을 끌어올릴 방법을 찾는 게 시급하다. 실패를 발판으로 삼아 우등생의 명예를 되찾은 학생도 적지 않다. 이들은 고교와 중학교 과정의 질적, 양적인 차이에 주목했다. 예컨대 수학은 중학교 때는 하나의 공식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았지만 고교 때는 몇 가지 공식을 결합해 응용하거나 통합적으로 사고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늘어난다. 이런 차이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등수 올리는 길이 보인다. 고교 2년생의 경험담을 통해 ‘우등 회복’의 비결을 살펴보자.》 고2선배들의 생생한 경험담 ○ 내신의 왕도, ‘노트’에 있다.
학교 시험은 누가 출제하는가. 물론 학교 선생님이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한 말 속에 문제가 있고 답이 있다. 꼼꼼한 노트필기와 철저한 복습을 하면 문제가 쉬워진다. 중학 시절에서 반에서 1, 2등을 놓치지 않았던 서울 서초고 2학년 이선화(17) 양은 지난해 치른 첫 중간고사에서 반에서 7등을 했다. 절망이었다. 이 양은 꼼꼼하게 노트 필기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되짚어보니 허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중학교 때처럼 수업시간에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만 노트에 적어 놓았다. 첫 중간고사 문제를 살펴보니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예로 들었던 내용까지도 출제됐다는 걸 발견했다. 이 양은 필기 전략을 바꿨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하는 말을 토씨 하나까지 연습장에 받아 적은 뒤 쉬는 시간에 다시 정리했다. 과학시간에 선생님이 그린 도표나 그래프는 큰 포스트잇에 옮겨 그려 노트에 붙이고 선생님이 예로 들고 지나간 내용까지 일일이 받아 적었다. 교과서 내용 중 선생님이 강조했던 대목에는 색깔 테이프를 붙여 바로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시험 보기 전에 노트를 10회 이상 정독했다. 1학기말고사에서 이 양은 반 1등을 했다. 중학 3년 간 전교 1, 2등을 놓치지 않았던 서울 대광고 2학년 민태홍(17) 군. 그는 고등학교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 8등을 했다. 민 군은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는 암기만해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지만 고교 시험은 교과내용에 대한 철저한 이해 없이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민 군은 자신만의 ‘압축노트’를 만들었다. 선생님의 설명 내용 중 핵심어만을 콕콕 뽑아낸 뒤 연계 고리를 찾아 단어를 잇고 또 이었다. 윤리와 사상 시간에 철학자 홉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뒤에는 ‘홉스-리바이어던(국가)-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전쟁’이라고 노트에 기입했다. 시험 전에는 압축노트만 훑어봐도 교과내용이 머릿속에 훤하게 그려졌다. 민 군은 1학기말고사에서 전교 2등을 했다. ○ 1, 2문제로 등수가 결정된다 대다수 고교생은 모두 열심히 공부하기 때문에 한두 문제만 틀려도 등수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교과서의 사각지대에서 출제되는 문제까지도 맞히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중학교 때 전교 10등 대였던 서상훈(17·서울고 2년) 군. 지난해 그는 고교 입학 후 치른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 30등으로 떨어졌다. 서 군은 중학교 때처럼 시판되는 문제집 위주로 공부했다. 이 방식엔 빈틈이 많다는 사실을 서 군은 알게 됐다. 문제집에는 없지만 내신시험에는 출제되는 ‘특별한’ 유형이 일부 있었기 때문이다. 서 군은 “시험에서 ‘이런 문제도 나오나?’라고 생각했던 문제가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서 군은 이른바 ‘족보’라는 기출문제 모음집을 구했다. 족보를 통해 사회, 과학의 용어 설명 부분, 국어나 문학의 참고용 읽기자료 지문에서 한두 문제는 꼭 출제된다는 것을 알았다. 서 군은 서울고의 작년, 재작년 족보는 물론이고 다른 10여 개의 학교 족보까지 구해 모두 풀었다. 심화학습문제도 잊지 않았다. 심화문제는 수능 문제집으로 대비했다. 주요과목은 과목당 1권의 내신용 문제집, 2권의 수능 문제집을 풀었고 수학의 경우 단원당 30∼50문제를 풀었다. 서 군은 기말고사 때 전교 10등으로 올랐다. ○ 시험 범위 내 ‘문제밭’을 찾아라 고교생이 되면 중학생 때보다 공부량이 2, 3배는 늘어난다. 시간이 부족하므로 ‘잔가지’를 쳐내면서 핵심 내용을 빨리 파악해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고현 정보학원 연구실장은 “처음 핵심을 찾는 데까지는 과목당 5, 6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학습목표나 기출문제 등을 통해 출제 가능성이 높은 부분을 빨리 찾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