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시력 ‘1.0’ 지키기]<7>‘시력 보호’ 수업 현장

  • 입력 2008년 5월 12일 03시 07분


서울 후암초등학교 학생들이 ‘시력보호를 위한 바른 자세’에 대해 장혜란 강북삼성병원 안과 교수의 특강을 듣고 있다. 아이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손을 들며 눈 건강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다. 김미옥 기자
서울 후암초등학교 학생들이 ‘시력보호를 위한 바른 자세’에 대해 장혜란 강북삼성병원 안과 교수의 특강을 듣고 있다. 아이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손을 들며 눈 건강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다. 김미옥 기자
“근시, 원시, 난시… 왜 눈이 소중한지 알겠어요”

《“여러분이 눈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한번 물어볼게요.” “예!” 아이들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면 눈이 나빠질까요? 근시와 원시의 차이를 아나요?” 지난달 30일 오전 10시경 서울 용산구 후암동 후암초등학교 3학년 5반에서 만난 32명의 어린이는 ‘○× 퀴즈’를 푸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학교에서 본보가 연재 중인 ‘우리 아이 시력 1.0 지키기’ 기획의 하나로 장혜란 강북삼성병원 안과 교수의 ‘시력보호’를 주제로 한 강의가 진행됐다. 아이들은 안경을 계속 끼고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지 동의한다는 의미로 두 팔로 머리 위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장 교수가 ‘답이 틀렸다’고 하자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이어 한 아이가 엉뚱한 질문을 하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안경을 오래 쓰면 정말 눈이 튀어나오나요?”》

○× 퀴즈가 끝난 뒤 아이들에게서 눈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아이들은 주로 TV와 게임, 독서 등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눈을 보호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했다. 취학 전부터 학습량이 증가하고 컴퓨터 게임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써야 하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질문은 복수 답변으로 작성됐고 △게임을 포함해 컴퓨터를 몇 분 이상 하면 시력이 떨어지는지(14명) △TV 볼 때 어느 정도 거리에서 봐야 하는지(13명) △책을 가까이 보면 왜 눈이 나빠지는지(5명) △눈이 나빠진 후 안경을 쓰면 눈이 좋아지는지(2명) △황사로 눈이 따끔거릴 때의 대처법과 눈이 충혈되는 이유(각 1명) 순이었다.

장 교수는 설명에 앞서 “여러분이 TV를 보거나 게임할 때, 책을 읽을 때 어떻게 하는지 평소대로 해보자”며 몇 명을 불러 평소 자세를 취하도록 했다. 한 아이는 교실 바닥에 엎드려 “전 이렇게 봐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눕지 말고 책상에 바르게 앉아 책을 세우고 ‘30cm’ 정도 거리를 두고 보는 것이 가장 좋아요. 컴퓨터는 책보다 멀리 ‘40∼50cm’ 정도, TV는 2m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적당합니다. 눈이 예민한 사람은 45∼50분 뒤 꼭 10분간 쉽니다.”(장 교수)

아이들은 책상에 눕혀 뒀던 책을 30cm 정도 거리에 세워본다. 옆 짝꿍의 눈과 책 사이의 거리가 30cm인지 자로 재기도 했다.

계속된 강의에서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특히 유난히 안경에 관심이 많았다.

“눈이 나쁘면 꼭 안경을 써야 하나요?” “안경을 쓰기만 하면 눈이 좋아지나요?”

이에 장 교수는 “안경은 시력이 저하됐을 때 잘 보기 위해 쓰는 것이지 안경을 쓴다고 근시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며 “하지만 약시라면 빨리 원인을 치료하고 안경으로 굴절이상을 교정하는 등 치료를 받으면 시력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러자 헷갈리기 시작한 아이들이 “근시는 뭐고, 약시가 뭐나”며 웅성거렸다.

“근시는 먼 곳에 있는 물체가 잘 안 보이는 상태, 원시는 먼 곳은 잘 보이지만 가까운 곳이 잘 안 보이는 걸 말해요. 난시는 물체의 상이 눈 속에 뚜렷하게 맺히지 않고 겹쳐 보입니다.”(장 교수)

장 교수는 특히 아이들이 주의해야 할 것으로 약시와 가성근시를 강조했다.

약시는 유·소아기에 시력 발달을 위한 정상적인 시 자극이 결핍돼 시력 발달이 미숙한 상태가 된 것을 말한다.

8∼16세 중 2% 정도에게 나타난다. 사시와 짝눈, 두 눈의 심한 굴절이상 등이 원인으로 만 6세 이전에 약시를 치료하지 못하면 영구적으로 시력이 나빠질 수 있다.

가성근시는 독서와 게임 등을 오래 할 경우 눈의 조절 근육이 수축돼 나타나는 일시적인 근시 증상이다. 일시적인 가성근시 상태의 시력을 일반 근시로 착각해 근시 교정 안경을 착용시키면 그 상태로 시력이 굳어져 정상 시력으로 회복할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조성헌(10) 군은 “사시, 약시, 원시를 구분하게 됐다”며 “난 눈이 양쪽 다 1.0 이상 나와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강민경(10) 양은 “가성근시와 약시, 난시가 뭔지 알았으니 이제부터 내 눈은 스스로 지키겠다”며 “우선 엄마랑 안과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질문 수준이 점점 높아졌다.

“근시를 고치고 싶은데 방법이 있나요?”(김지용 군)

“근시를 없애는 수술은 굴절교정 수술인 라식수술뿐이에요. 하지만 여러분은 아직 하면 안 돼요. 20세가 넘어 근시가 진행을 멈춘 뒤 해야 합니다.”(장 교수)

40분간의 수업이 아쉬웠다는 김윤주(10) 양은 “더러운 손으로 눈을 비비곤 했는데 고치겠다”며 “소중한 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 근시 - 굴절이상으로 망막에 초점을 제대로 맺지 못해 먼 곳에 있는 물체가 잘 안 보이는 상태

○ 가성근시 - 눈의 조절 근육이 수축돼 일시적으로 근시가 되는 증상

○ 원시 - 굴절이상으로 먼 곳은 잘 보이지만 가까운 곳이 잘 안 보임

○ 난시 - 굴절이상으로 물체의 상이 눈 속에 뚜렷하게 맺히지 않고 겹쳐 보임

○ 약시 - 두 눈이 서로 다른 곳을 보는 사시. 심한 굴절이상 등으로 시력이 제대로 발달 못한 상태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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