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고래 싸움’에 지자체 혈세가 샌다

  • 입력 2008년 5월 12일 06시 57분


울산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고래를 테마로 한 관광레저 사업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고래와 관련된 울산지역의 행사와 사업 등이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편이나 일부에서는 중복 투자에 따른 예산낭비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너도 나도 고래 관련 사업 추진=현재 고래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울산의 기초자치단체는 4곳. 울산지역 5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바다를 끼고 있지 않는 중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가 추진 중이다.

고래 관련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자치단체는 우리나라 고래잡이 전진기지인 장생포가 위치한 남구.

남구는 장생포 일대를 고래특구로 지정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남구는 고래특구로 지정되면 2014년까지 158억 원을 들여 고래 문화체험 관광사업과 고래문화의 거리, 고래 축제 특화 등 4개 분야 15개 사업을 벌일 방침이다.

남구는 장생포의 기존 고래박물관과 고래연구소 사이 1만2000m²에 54억 원을 들여 내년 5월까지 ‘고래잡이 옛 모습 전시관’을 건립한다. 이 전시관에는 돌고래 5마리를 키우는 터널식 돌고래 수족관(폭 3.5m, 길이 10m)과 고래 해체장, 연근해 어류수족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장생포항 인근에 고래를 길들이는 순치장(馴致場)을 건립하고 장생포 인근 울산석유화학공단 내 기업들의 액체 화학물질 저장탱크 등에 고래벽화를 그려 ‘고래도시’의 면모를 살릴 계획이다.

또 남구는 1994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고래축제를 올해(제14회)는 15∼18일 장생포 해양공원 일원에서 연다.

한편 동구는 대왕암공원 앞바다에 2010년까지 2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7만 m² 규모의 고래체험장을 조성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고래체험장에는 우울증, 자폐증 환자들이 돌고래와 함께 놀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고래 세러피센터를 비롯해 돌고래 먹이체험장, 산소통을 메고 바다에 들어가 돌고래를 보면서 걷는 돌고래 시 워킹(Sea Walking)장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 바다 가운데 설치되는 수중전망대와 크루즈 선착장까지는 부유식 교량으로 연결하는 등 모든 시설을 주변 지형과 어울리게 친환경적으로 조성한다는 것이 동구의 구상이다.

북구는 강동해변 주변에 돌고래쇼장 건립을 추진 중이며 울주군은 서생면 대송리 간절곶 앞 해변에 고래 조형물을 설치해 선사시대 바위그림인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와 연계한 고래 테마관광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색 있는 개발을”=울산시로부터 고래테마관광도시 조성을 위한 용역을 의뢰받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이승우 박사는 최근 열린 중간 보고회에서 “현재 울산의 각 자치단체가 추진 중인 고래 관련 사업은 시설물 건립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관련 사업을 권역별 특화 및 상호 연계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중복투자에 따른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박사는 “관광객들이 울주군 반구대암각화에서 역사를 배운 뒤 남구 고래박물관과 고래연구소 고래해체장 등에서 고래문화를 느끼고 동구 고래체험장에서 실제 고래를 즐길 수 있도록 하면 울산은 세계적인 고래도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남구는 ‘삶에 녹아 있는 고래’, 동구는 ‘고래는 나의 친구’, 북구는 ‘고래가 놀러 왔어요’, 울주군은 ‘선사시대 고래와 함께’라는 주제로 특화 개발할 것을 제시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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