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주국제영화제(JIFF·2∼9일)가 역대 최다 관객이 찾고 상영작 절반 이상이 매진되는 등 흥행 면에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11일 재단법인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영화제의 유료 관객은 모두 6만5209명으로 전년도(6만1500명)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좌석 점유율도 82.4%를 기록해 2005년 79%, 2006년 70%, 2007년 80%에 비해 증가했다.
개막작인 ‘입맞춤’(만다 구니토시 감독)이 예매 시작 61분 만에 매진된 데 이어 모두 268회의 상영 횟수 가운데 147회가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월드 스타’ 전도연이 개막식을 찾아 레드카펫을 밟은 것을 비롯해 예년보다 많은 136명의 국내외 게스트가 영화제를 찾았고 작년(57명)보다 크게 늘어난 96명의 외신기자가 참석하는 등 국제적으로 높아진 위상을 보여줬다.
이는 내년 10회를 앞둔 전주국제영화제가 그동안 독립·디지털이라는 다소 생소하고 실험성이 강한 각국의 영화를 꾸준히 소개해 온 점이 국내외 영화계로부터 인정을 받는 등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조직위는 이번 영화제에서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그룹인 ‘매그넘’의 사진전을 유치하고 전주시내 오거리 문화광장과 서포터스 라운지 등의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 것도 작년(28만여 명)에 비해 많은 35만여 명의 관람객을 영화의 거리로 이끌어 내는 데 한몫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봉준호 감독은 “매번 올 때마다 눈부신 발전을 하는 것을 느낀다. 어떤 영화제보다 뛰어난 영화 선택과 자원봉사자 등을 통해 활기와 열정을 느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지켜보면 전주에서 발견한 많은 젊은 신인 감독이 더 크고 위대한 감독으로 커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축제의 주인이어야 할 전주 시민들이 축제에서 소외되는 현상은 올해도 여전했다.
서모(45·전주시 효자동) 씨는 “일부 볼만한 영화는 순식간에 표가 동나 예매나 현장 구입이 불가능하고 영화에 대한 정보 제공도 부족해 정작 전주 시민들은 매년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없고 거리 구경이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주국제영화제가 갈수록 외지의 소수 젊은 영화 마니아들의 잔치로 전락하는 느낌이 든다”며 “전주 시민의 세금으로 치르는 축제에서 시민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특별한 대책이 세워져야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 온 관객을 위한 숙소가 부족한 점과 바가지요금도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올해도 예년에 비해 3000석가량 좌석을 늘렸는데 주말에 온 관객이 영화를 못 보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내년에는 10만 석의 좌석을 확보하고 시청 앞 잔디밭에 텐트촌을 마련하는 등 숙박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민 집행위원장은 “10회째를 맞는 내년에는 장편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며 “가능하다면 몇만 명의 관객이든 무료로 개막식에 같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10회를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