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고치나
사회과학자도 집필 참여… 학계논의 중심 진행
검정과정 편향 시비 없도록 집필기준안 보완
■ 잇단 편향시비
2002년 검정 4종 “보수기반 YS정부 한계” 기술
교과서 포럼측 ‘대안교과서’ 내면서 논쟁 불붙어
▽왜 고치려 하나=교육과학기술부가 근현대사 교과서를 수정하려는 것은 근현대사 교과서를 둘러싼 편향성 공방이 이념적 갈등을 조장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특히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걸쳐 10년 동안 근현대사 교과서에 편향된 서술이 늘면서 역사관의 균형이 깨졌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고시된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11년부터 국정인 국사와 검정인 근현대사를 통합한 역사 교과서가 검정 체제로 발행돼 제각각의 교과서가 나올 수 있는 것도 변수다.
이 때문에 교과부는 근현대사에 대해 한쪽의 시각만 담은 교과서보다는 다양한 역사관을 아우르는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검정 교과서 발행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지적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법적으로는 출판사에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옛 교육인적자원부가 주도한 교육과정 개편 과정에서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박효종(국민윤리교육) 교수는 “편향적인 교과서가 나오는 이유는 교육 당국이 교육과정 개편부터 특정 이념 성향의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교과서 내용의 틀을 규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건국 6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정통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것도 정부가 근현대사 교과서 손질에 나서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잇단 편향 시비=교과부가 근현대사 교과서의 균형을 강조한 것은 지금까지 편향성 시비가 되풀이되는 과정에서 교과서가 이념적인 갈등의 촉매제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2002년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검정을 통과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4종은 김영삼 정부를 비리로 얼룩진 정권으로 단정하고, 당시 집권한 김대중 정부를 개혁과 남북 화해에 앞장선 정권으로 기술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교과서는 ‘김영삼 정부가 보수세력을 기반으로 성립돼 개혁은 한계에 부닥쳤다’, ‘김대중 정부는 국민의 협조 속에 개혁을 추진하고자 노력했다’고 기술해 일부 보수적인 역사학자들로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가 달라지겠다”는 비판을 샀다.
2004년에는 권철현(현 주일 대사) 한나라당 의원이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6·25전쟁을 남침이 아닌 군사적 충돌로 정의하는 등 반미, 친북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집필진은 “다른 부분에서 다루었거나 객관적인 시각에서 기술했다”고 반박했으며, 국사편찬위원회는 ‘친북, 좌파적인 기술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보수 단체들이 교과서를 바로잡겠다고 나섰으나 역시 논란이 됐다. 2005년 뉴라이트 학자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교과서포럼이 이듬해 5·16군사쿠데타를 ‘5월 혁명’으로, 4·19혁명을 ‘4·19학생운동’으로 기술한 근현대사 수정 시안을 발표해 관련 단체들과 정면충돌했다.
교과서포럼은 올 3월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를 출간해 또다시 편향성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해 진보 성향의 역사학계 일각에서는 “사실 관계 서술과 이에 대한 평가가 모두 잘못됐다”, “친일, 친미에 사로잡힌 역사 왜곡”, “극우파가 잘못된 과거사까지 미화한다”고 비판했다.
▽어떻게 고치나=정부가 추진하는 교과서 수정의 큰 방향은 다양한 시각을 아울러 균형감 있는 교과서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재 역사학자들만 참여하고 있는 역사 교과서 집필 및 검정 과정에 사회과학자들도 참여하도록 해 다양한 역사관이 반영되게 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근현대사 교과서의 경우에는 교과부가 관련 기관들로부터 6월까지 수정 보완 의견을 수렴해 교과서 발행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교과부는 집필자들의 의견을 다시 수렴해 일부를 고치도록 한 뒤 12월부터 수정된 교과서를 보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우리 정치 현실의 특성상 근현대사 논란이 ‘보수 대 진보’의 대립으로 비화하기 쉽다고 보고 교과서 수정은 철저히 학계의 논의를 중심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고시된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역사 교과서가 검정 체제로 바뀌면서 편향성 시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검정 기준을 강화해 한쪽의 시각만 부각하는 것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보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사 교과서 편찬 기관인 국사편찬위에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국사편찬위는 지난달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이어지는 민족운동의 역사를 인정하고,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제국 및 임시정부를 계승한 정통성 있는 국가’임이 분명하도록 집필기준안을 수정 보완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국정교과서:
교육과학기술부가 직접 편찬해 저작권을 소유한 교과서. 국사처럼 교육의 통일성이 필요하거나 경제성이 떨어져 민간에서 출판을 꺼릴 때 발행한다.
:검·인정교과서:
개인 또는 민간출판사가 만든 교과서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검정이나 인정을 받은 교과서. 대부분이 검정교과서이며 인정교과서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교과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교과부 장관이 승인한 교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