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AI 시름하는 영천 ‘금빛 발차기’에 웃었다

  • 입력 2008년 5월 15일 07시 26분


“엄마, 저 1등 했어요.” “우리 아들, 진짜 1등 했나? 거짓말 아이제.”

경북 영천고 태권도 선수인 1학년 정인창(17·영천시 야사동)은 9일 오전 터키 이즈미르 시에서 집과 학교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우승 소식을 알렸다.

어머니 안정자(40) 씨는 믿기지 않아 몇 번이고 되물었다고 했다. 안 씨는 “국가대표로 참가했지만 어린아이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까지 가서 금메달을 목에 걸 줄은 몰랐다”고 좋아했다.

또 전교생 440명에 교직원 30명인 영천고는 교실마다 박수소리와 함께 ‘정인창!’을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인창은 세계태권도연맹(WTF) 주최로 7∼11일 터키에서 열린 제7회 세계청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핀급(45kg) 한국대표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는 84개국에서 남녀 749명이 출전했다.

체급별 우승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0년 싱가포르에서 개최할 예정인 제1회 유스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는 이번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키 167cm에 몸무게 45kg으로 과묵한 편인 그가 ‘세계 1등’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운동을 좋아한 그는 영천 동부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태권도를 시작해 영천중 때 전국소년체전에서 은메달을 따고 전국 중고연맹전에서 우승을 해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그는 3월 전남 강진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왼발차기’로 한 번에 합격해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이번에도 ‘황금 같은 왼발차기’가 우승을 안겨줬다.

영천고 천성탁 감독은 “인창이가 스피드는 뛰어나지 않지만 왼발차기 감각이 뛰어난 지능형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가 왼발차기를 마음껏 갈고 닦은 데는 누구보다 부모님의 응원이 큰 역할을 했다. 안 씨는 “운동선수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게 쉽지 않겠지만 무엇보다 아들이 좋아하고 열심히 할 수 있는 분야라면 그 길을 가도록 해주는 게 맞다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14일 귀국한 정인창은 “지구촌 곳곳에서 태권도를 익히는 모습을 보게 돼 기쁘기도 했고 종주국으로서 자존심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문대성 선배 같은 멋진 태권도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여동생 정아름(15·경북 청도군 모계중) 양도 태권도 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정인창의 담임인 김수경(30·여) 교사는 “인창이가 이번 대회에 나가기 전에 ‘세계적인 태권도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하던 모습에 뭉클했다”며 “연습을 마치고 집에 가기 전에 꼭 교무실에 들러 연습 이야기를 해주는 예의 바른 모범생”이라고 소개했다.

학교 측은 정인창이 귀국하면 경북도민체육대회에 맞춰 영천시민과 환영행사를 마련하려고 했으나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도민체전이 연기돼 16일 학교에서 조촐한 환영식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상엽(57) 교장은 “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면 세계무대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꿈을 친구들에게 보여준 것이 장하다”며 “더욱 실력을 쌓아 모교와 한국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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