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인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최근 학교 자율화 정책을 둘러싼 공방과 광우병 논란에 따른 학생들의 야간 집회 참석 등을 깊이 우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 장관은 근시안적인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무르익은 정책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자율화와 대학 입시 자율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 잡는 것이 진정한 자율화다”라는 말로 소신을 피력했다.
―교수 출신이자 교과부 장관으로 스승의 날을 맞는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지금까지 학교를 떠나본 적이 없었으니 학교가 없었다면 아마 굶어죽었을 거다.(웃음) 교사였던 아버지께 후학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좋은 직업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교사에 대한 존경심이 희석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교권 회복에 모두가 힘써야 할 시기다.”
―최근 정부의 학교 자율화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너무 획일화돼 있었고 경쟁 체제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자율화를 통해 얻으려는 것은 잘 가르치기 위한 경쟁, 바로 교사 간의 경쟁이다. 자율화를 마치 무책임한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잘못됐다.”
―자율화 조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15개 시도교육청의 자율화 정책을 보면 모두 0교시 수업을 금지하기로 했다. 예전에 교과부에서 못하게 해도 학교의 3분의 2 정도가 몰래 0교시 수업을 했다. 교과부 차원에서 묶기보다는 그들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게 자율화다. 궁극적으로는 시도교육감의 권한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학교 단위로 이행되어야 한다.”
―대학 입시와 관련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의 관계는….
“교과부도 대교협에 지원을 하고 있는데 (대교협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대학이 장기적으로는 자기 학생을 뽑으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다만 지금은 정부가 해오던 일을 넘기는 과도기니까 당분간 지원을 할 예정이다.”
―대입 자율화에 대한 걱정도 많다.
“다소의 혼란이 있을 수 있다. 그 혼란을 국민이 감내해 주셔야 안정이 된다. 나도 예전에 통행금지가 없어졌을 때 진짜 없어졌는지 궁금해서 며칠 밤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처음엔 엉뚱한 학교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정한 자율화가 될 것이다.”
―고교 간 학력차가 존재하는 만큼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국 고교를 한 줄로 세운다는 일은 그럴 수도 없고 그럴 리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가이드라인을 정해 규제할 수는 없고 대학이 책임 의식을 갖고 잘하면 된다. 우리 대학이 그만한 능력은 갖췄다고 본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 학생들이 나서고 있는데….
“학교 급식이 있으니까 광우병에 관심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비과학적인 정보로 판단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전문가 집단에 맡겨야 한다. 학생 수천 명이 오후 11시까지 집회에 나오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일각에서는 광우병 논란을 교육 당국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간다는 지적도 있다.
“어떤 집단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어린 학생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생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근거로 판단하게 했으면 좋겠다.”
김 장관은 교장공모제나 지역교육청 재편 등 뜨거운 이슈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주장한다는 교장선출보직제는 안 된다” “지역교육청이 지방자치단체로 흡수되는 일은 없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지역교육청을 교육지원청으로 전환하는 문제가 뜨거운 이슈다.
“교육자치를 지방자치와 합친다는 불필요한 오해가 많다. 교육자치는 20년의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에 흡수시킬 계획은 전혀 없다. 지도감독 기관이던 지역교육청의 기능을 학교 자율화를 위한 지원 역할로 바꾸자는 것이다. 교육감, 교사와 많이 상의해 지원 기능을 강화할 것이다.”
―교장공모제에 대한 반발도 있고, 결국 교장선출보직제로 가는 단계라는 의구심도 많다.
“어떤 집단이든 발전하려면 개방이 되어야 한다. 교장선출보직제는 학교 안에서의 얘기다. 바깥에서 유능한 분을 모셔오는 공모제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분야 이기주의를 벗어나야 한다.”
교장공모제는 교장자격증 소지자, 교육경력 15년 이상 또는 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관련 분야에서 일정 기간 근무한 사람 중에서 교장에 지원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교장선출보직제는 교원들이 투표로 교장을 뽑자는 것으로 전교조가 이를 요구하고 있다.
―교원평가가 17대 국회에서 무산됐다.
“18대 국회를 목표로 다시 준비할 것이므로 무산이라고 보지 않는다. 평가가 없는 집단은 있을 수 없다. 평가를 통해 잘하는 사람을 인정 해줘야 교육이 발전한다.”
김 장관은 영어 공교육 강화에 대해서는 필요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또 영어뿐만 아니라 국어와 과학 영재 교육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어 공교육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9월경 영어능력평가시험에 대한 연구가 끝나고 시범평가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Pass or Fail’ 형식으로 할 것인지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영어가 굉장히 중요한 것은 틀림없기 때문에 영어 수업 시수나 방식을 바꾸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말 교육부터 잘 시켜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대학원생들도 글쓰기 실력이 떨어진다. 전반적으로 국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과학 분야는 어떤가.
“새 정부에서 매년 예산이 두 자릿수 이상 인상되는 것은 연구개발(R&D) 분야밖에 없을 정도로 과학기술분야를 중시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을 높일 과학영재 육성도 중요하다. 교수급의 실력을 갖춘 박사들은 교사 자격이 없어도 과학영재학교 교사의 10%까지 임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과학영재전담교사를 늘려 나가겠다.”
―15일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고등교육 경쟁력이 특히 낮게 나왔다.
“세계적으로 학령인구의 40%가 대학에 가는데 우리는 86%가 진학하다 보니 적은 비용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게 되는 형국이다.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정치인에게 10만 원까지 기부하면 세액을 공제해 주는 것처럼 대학에도 같은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 유관 부처와의 협의가 상당히 진행됐고 긍정적인 상황이다.”
김 장관은 인터뷰 말미에 “초기에는 두 부처가 통합된 교과부의 조직이 어수선해 빨리 제자리를 잡도록 하는 데 온 신경을 써왔다”며 “앞으로는 교과부가 주도적으로 교육 정책을 리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