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왕시 월암동 442 일대. 낡은 연립주택과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지역이다. 두 달 전 이곳에 부곡지역아동센터가 생겼다. 부모가 맞벌이를 해서 방과 후 혼자 남는 저소득층 자녀를 위해 만들어진 공부방이다.
15일 센터에 들어갔을 때 8평 남짓한 교실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Touch your arms∼ 1, 2, 3. Shake your hips∼ 1, 2, 3.”
시끄럽게 떠들며 놀던 어린이들은 로봇 모양의 터치스크린 음악에 맞춰 팔과 엉덩이에 손을 갖다댔다. 이렇게 지도교사가 동영상을 이용해 수업하면 어린이들의 눈이 반짝거린다. 영어단어를 쓰거나 수학문제를 푸는 모습이 진지하다.
센터 지도교사인 박재희 씨는 “방치되는 아이들은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는 친구들과 점점 격차가 생겨 나중에는 공부에 흥미를 잃는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수학 포기했어요’라는 말까지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명 강사가 만든 동영상으로 국어 영어 수학을 가르치자 어린이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부곡초교 4학년 강주희(10) 양은 “학급 절반이 학원을 다니며 중고교생 수준으로 영어를 해서 영어 시간이 싫었는데 이제 나도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막내를 센터에 맡긴 보험설계사 강호연(46·여) 씨는 “학원은 싸다 해도 20만 원이 넘어 부담이 됐는데 사설 학원 수준의 콘텐츠를 갖춰 아이도 재미있어 한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보호연맹 장동근 사무총장은 “빈곤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부곡지역처럼 지역아동센터가 좋은 교육 콘텐츠를 갖춰 프로그램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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