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신고했지?” 수업중 고교생 조사

  • 입력 2008년 5월 16일 03시 14분


경찰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고등학생을 조사한 사실이 드러나 지역 시민단체가 항의성명을 내고 도교육청은 진상조사에 나섰다.

15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6일 오전 11시 5분경 전주 덕진경찰서 정보과 A 형사는 전주 모 고등학교에 찾아가 집회신고를 했던 3학년 B(18) 군을 상담실로 불렀다.

B 군은 “수업이 끝나기 몇 분 전에 담임과 학생부장 선생님이 불러 상담실에 갔더니 형사가 있었다”며 “학생부장 선생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5분가량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A 형사는 B 군이 어떤 인터넷 카페에 소속돼 있고, 누가 지시했는지, 인터넷 모임의 운영자가 누구인지를 조사했다.

B 군은 5일 오후 전주 완산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다녀간 다음 날인 7일 취소하겠다고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교생이 집회신고를 낸 점에 주목해 일상적인 정보활동을 펼쳤을 뿐 별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B 군은 “수업 시간에 불려 나간 것이 알려지면 ‘네 담임이 잘린다’며 ‘쉬는 시간에 조사를 받았다’고 외부에 말하도록 선생님들이 요구했다”고 주장했으나 학교 측은 “학교 명예가 실추되지 않게 말을 잘하라고 했을 뿐 축소나 은폐하려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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