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전동차 운행 중단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을 땐 지하철을 이용하기가 겁이 나 시내버스를 탔는데 최근 다시 지하철을 출퇴근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마음 놓고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15일 대구 중구 반월당역 승강장에서 김상민(34·회사원) 씨는 “기름값이 너무 올라 승용차를 세워 놓고 매일 지하철을 이용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적지 않은 시민들은 ‘과연 대구지하철은 안전할까?’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 승객 192명이 숨진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2003년 2월 18일)의 상흔이 아직도 가슴 한쪽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고에 민감한 승객들=최근 들어 지하철 운행 중단 사고가 발생하지 않자 시민들은 종전처럼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2월에 잇달아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운행 중단 사고 등을 지켜본 시민들은 불안감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지하철공사에 따르면 2월 22일에 발생한 전동차 운행 전면 중단 사고 이후 7일간 하루 평균 이용객이 평소보다 3만∼7만여 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때도 승객 수가 급격히 줄어 당시 하루 평균 이용객이 7만여 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50% 이상 줄기도 했다.
대구지하철 시민모니터 신진섭(25·대학생) 씨는 “대구지하철 운행 과정에서 일어난 참사로 인해 시민들이 조그마한 사고만 일어나도 사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는 등 심리적인 영향으로 지하철 이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를 전화위복의 기회로’=대구시지하철공사는 방화 참사 이후 한때 ‘사고철’로 불린 오명을 씻기 위해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런 가운데 2월 대구지하철 2호선 만촌역 변전소 화재로 한때 전동차 운행이 전면 중단되는 등 10여 일간 5차례에 걸쳐 전동차 운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하철공사 측은 학계 전문가 등과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사고 원인을 정밀 조사했다. 조사 결과 전력공급 체계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고와 관련해 국토해양부의 안전진단 종합결과는 6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지하철공사는 이 사고 이후 비상시 행동요령을 담은 매뉴얼을 보강하는 등 다양한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운전사령과 기계사령, 역무원 등을 위한 13개 유형의 현장조치 매뉴얼을 새로 만들고 전동차 운행과 관련한 돌발상황 48개 유형에 대처할 수 있는 요령을 작성해 직원들이 익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비상시 역무원 등 개인별 임무와 실명을 매뉴얼에 담아 책임소재를 분명히 했다.
새 매뉴얼은 최근 1호선의 한 역사에서 발생한 화재경보기 오작동 사태 때 제구실을 톡톡히 했다.
이달 3일 오후 11시 36분 1호선 대명역 대합실에서 꽃가루 오염으로 센서가 작동해 화재경보가 울렸으나 역무원들이 기민하게 승객 300여 명을 대피시키는 등 1분 30초 만에 전동차 운행을 정상화시켰다.
대구시지하철공사 오상직 방재팀장은 “평소 같으면 전동차 운행이 3∼4분 지연됐을 법한 상황이었으나 강화된 매뉴얼에 따라 신속한 조치로 전동차 운행 지연 시간을 단축시켰다”고 말했다.
▽‘안전철’로 거듭나기 위해=대구지하철 1, 2호선은 2003년 방화 참사 이후 안전시설 보강 작업을 2010년까지 연차적으로 추진 중이다.
특히 참사가 발생한 1호선 중앙로역의 경우 정전 때도 4시간 이상 빛을 내 승객들의 대피 방향을 안내하는 특수타일이 설치돼 있는 등 안전 및 방재시설은 국내 최고 수준.
또 2호선 전동차 운전실 내에는 승강장 확인용 폐쇄회로(CC)TV가 갖춰져 있고 2호선 전 역사에는 비상시 전동차를 정지시킬 수 있는 비상버튼이 역당 10개가 설치돼 있다.
대구시지하철공사 나식연 안전관리단장은 “1, 2호선 각 역사에 안전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직무교육을 강화해 안전 면에서 으뜸가는 지하철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 “민간관리 12개 역사 위기대응능력 높여야”▼
대구 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최영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