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서 온 철새 통해 전파… 토착화 근거 없어
올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는 지금까지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가 없는 종류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16일 역학조사위원회의 중간검사 결과, 지난달 전북 김제시와 정읍시, 전남 영암군과 충남 논산시, 경기 평택시 등에서 발견된 ‘H5N1’형 바이러스는 모두 같은 계통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역학조사위원장인 경북대 김기섭 교수는 “이번에 한국에서 발견된 AI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중국, 홍콩, 베트남 등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계통으로 닭과 오리 등에서는 발생했지만 인체 감염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다”며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사람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와는 종류가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AI 바이러스는 2003년과 2006년 두 차례 한국에서 발견됐던 계통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2003년과 2006년 발견된 바이러스가 각각 중국 남부 지역의 바이러스 및 중국 서북부의 칭하이(靑海) 호수 주변 바이러스와 비슷해 북방 철새와 함께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반면 이번 AI는 베트남 등지의 바이러스와 비슷해 남쪽에서 온 철새를 통해 전파된 것으로 역학조사위원회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 계통이 지난번과 다르다고 해서 AI가 상시화됐거나 토착화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AI가 상시화됐다는 것은 방역에 실패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 바이러스의 특성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양계협회, 한국오리협회, 한국계육협회, 한국계란유통협회 등 가금(家禽) 관련 생산자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질병관리본부 앞에서 ‘AI 사태 관련 질병관리본부 규탄집회’를 열었다.
집회 도중 전남 영암지역 전농회장 김양석(53) 씨가 제초제를 마시고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치료를 받았다. 김 씨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금류 생산자단체 관계자와 사육농민 900여 명은 이날 “AI 발병으로 양계농가들이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데 질병관리본부는 AI의 위험성을 부풀려 발표하면서 불필요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심각한 소비 위축을 조장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또 “우리 닭과 오리 고기는 안전하며 만일 문제가 있다면 업계 종사자 70만 명 중에서 가장 먼저 이상이 발견될 것”이라며 “오늘 저녁 국민 여러분이 드시는 닭과 오리가 벼랑 끝에 몰린 양계산업을 살릴 수 있다”고 호소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